미군기지 시설되면 국내법 적용 의무 없어…환경부 장관 “군사시설 안 할 수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사드 배치의 환경영향평가 대상 포함 여부는 사드가 배치될 군기지의 성격과 사업의 면적 등에 좌우된다. 사드를 설치할 지역이 미국에 공여되는 주한미군 기지가 된다면 환경영향평가법 적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소파)은 주한미군이 한국 환경법을 ‘존중’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중’은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미군이 우리 환경영향평가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은 없다.
사드 배치에 환경영향평가법이 적용된다고 해도 실제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될지는 따져봐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법은 국방부 장관이 토지 소유자가 50인 이상이거나 사업 시행면적이 33만㎡ 이상인 국방·군사시설 사업계획을 승인할 때와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 민간인통제선, 비행안전구역, 대공방어협조구역 등의 보호구역을 지정할 때는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또 기존 군사기지 안에서 이뤄지는 개별 군사시설 설치 사업은 면적이 20만㎡ 이상인 경우에도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13일 발표한 배치 지역은 이미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공군 방공기지인데다, 사업 면적도 20만㎡를 넘기 어려운 산 정상부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군 시설이면 국내법 적용이 안 될 수 있고, 적용하려 해도 사업 규모가 범위 안에 들어야 한다. 국방부에서 자료를 받아봐야 정확히 알겠지만 환경영향평가가 안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 면적이 충분히 넓어도 정부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환경영향평가를 피해갈 수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국방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이 군사상 고도의 기밀보호가 필요하거나 군사 작전의 긴급한 수행을 위하여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 어떤 형태의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미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군사시설에 대해서는 환경영향평가를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예외 조항이 적용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설령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더라도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사드 배치를 좌우하는 상황까지 밀고 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최근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개발 사업 가운데 환경부가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제동을 건 것은 충남 태안과 서산 사이 가로림만의 조력발전 사업과 전북 군산 백석제의 전북대병원 분원 건립 사업 정도에 불과하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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