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10월5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사 지하 시민청에서 동물원과 수족관 사육 동물의 복지 기준을 선포했다. 서울시 기준은 세계수의보건국(OIE)에서 정한 동물 복지 5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서울시와 함께 기준을 만든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동물 복지 가이드라인 TF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언문을 함께 읽고 있다.
앞으로 서울시 동물원·수족관의 동물은 체험 목적으로 결박 또는 구속될 수 없다. 또 관람객과 다른 동물로부터 스스로 숨을 공간을 확보하게 된다. 구유통도 여러개로 나뉘어 배치된다.
서울시가 2012년 서울시민복지기준선을 만든 데 이어, 이른바 동물원 동물복지기준인 ‘관람·체험·공연 동물 복지 지침’을 만들어 이르면 10월부터 적용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원법에 동물복지 내용이 빠진 상황이라 서울시는 민간동물원과 수족관에도 시의 복지 지침 적용을 요구해나갈 방침이다.
대상은 서울대공원(301종 3063마리), 어린이대공원(95종 390마리)의 동물, 서울숲과 북서울꿈의숲의 꽃사슴 등 3500여마리다. 한화63씨월드·코엑스·롯데 아쿠아리움의 11만여 동물과 민간이 운영 중인 어린이대공원 동물공연장 동물은 빠졌다.
지침은 동물 수급, 사육환경, 영양, 수의학적 처치, 교육·체험 프로그램, 사육사와 관람객의 안전관리 등을 포괄한다.
우선 종 관리 계획 수립과 혈통, 번식, 거래 내역, 폐사 원인 등 동물의 생애와 관련한 체계적 기록을 의무화했다. 사육환경은 동물이 자연적 습성을 표출하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성해야 한다. 피난처도 둬야 한다. 동물 상대의 교육 땐 동물의 복지와 욕구를 우선해야 한다. 체험 목적으로 동물을 의인화해서는 안 되고, 결박·구속도 금지된다. 다양한 장소에 먹이를 나눠 두는 건, 무리 내 권력관계 아래 모든 동물이 먹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없던 안락사 방법과 기준에 대한 지침을 만들고, 사육사와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모의 안전훈련도 실시하도록 했다.
지침은 지난해 말 앞서 마련한 서울대공원의 ‘동물원 동물윤리복지 기준’을 바탕으로, 3월부터 서울대공원과 롯데 아쿠아리움 등 기관, 학계, 동물보호단체 등 10명의 전문가가 모여 만들었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지난해 동물원 안 사슴과 흑염소 같은 잉여동물 도축·매각 사건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또 한번 늘었다. 앞으로 민간 동물원, 수족관도 이 기준을 따를 것을 권장·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동물원법은 동물 생태를 고려한 번식, 사육, 관리 기준이나 시설, 설비 기준을 명시하지 못한 채 제정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영환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동물원법이 엉망인데 지자체가 나서 지침을 마련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오는 12일 시민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을 확정한 뒤 10월께 동물원 4곳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글·사진/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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