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야기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까지 도수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오염된 더러운 물을 깨끗한 예당저수지로 보내는 공사다. 공주보는 금강 4대강 사업구간 중 가장 심각하게 문제를 드러내는 구간이다. 보 아래 바닥 세굴, 심해지는 녹조, 큰빗이끼벌레, 시궁창이 된 퇴적토,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출현 등 끊임없이 피해가 나타났다.
도수로 길이는 31㎞로 사업비가 988억원이나 들어간다. 2015년 예비비 15억원으로 설계를 시작해서 2017년에 가봐야 완공될 토목공사다. 500억원이 넘는 사업인데도 예비타당성조사도 환경영향평가도 없다.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되는지 정보도 없이 공사를 시작한다고 먼저 떠벌리고 나서 설계도를 그려 나가는 막무가내식 공사와 다를 바가 없다.
금강은 유역 주민 모두의 강이다. 물을 보내고 이용하는 문제에는 광범위하고 오랜 기간에 걸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유역 주민 모두가 합의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금강수계와 삽교수계는 오랜 기간 단절돼 생태계도 그에 맞게 적응해왔다. 우리나라 최대의 민물낚시터로 예산군의 자랑인 예당저수지에 병원균이든 곰팡이든 오염이 심한 공주보 물이 들어와 민물고기 폐사가 일어나고, 큰빗이끼벌레 등이 확산되고 난 뒤 책임을 묻는다면 늦을 일이다. 수질 전문가들은 고도정수 처리를 해도 걸러지지 않는 성분이 있다며 특별한 여과 과정도 없이 물을 보내는 건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충남도가 가뭄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은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도수로 공사 시행에는 수많은 변수와 근거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가뭄에 대비하는 장기적 대책을 위해서는 수자원 공급 다변화, 지자체별로 폐쇄된 정수장 운영 부활, 서북부 권역 삽교호와 부남호, 간월호 등 수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유역의 수질 개선, 심하게는 절반에 가까운 상수원 수돗물을 누수시키는 서북부권 시·군의 낡은 상수도 관망시설 개수가 시급하다. 이런 부분엔 정작 예산이 없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 낭비, 각종 절차 면제의 부당성, 잘못된 자료를 통한 정책 결정, 수계 변경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등의 사유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환경부를 대상으로 도수로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청구가 진행중이다. 감사원은 철저한 감사를 통해 국가사업의 집행 기준을 바로잡아줘야 한다.
지난해 가뭄 때 저수율이 26%까지 떨어졌던 예당저수지는 지난 1월13일 필자가 방문했을 때 이미 1.5m만 수위가 더 오르면 만수위인 상태까지 물이 다시 차 있었다. 수면은 낚시터 좌대로 낚시객을 실어나르는 보트들로 분주했다. 5월2일 현재 저수율은 100%에 도달했다.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 등 정상적 절차를 거치고 검토를 하면 사업이 불가능할 게 뻔한데도, 가뭄을 핑계로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행태는 종식돼야 마땅하다.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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