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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남북 확성기 공방에 DMZ 야생동물 ‘고막’ 터질라

등록 2016-03-01 20:12수정 2016-04-07 09:04

녹색이야기
남북한 사이 비무장지대(DMZ)는 백두대간, 도서 연안과 함께 우리나라의 핵심 생태 축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비무장지대와 그 주변 민간인 출입통제구역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종은 산양, 사향노루, 수달, 두루미 등 멸종위기종만 106종이나 된다는 게 환경부가 2008년부터 진행한 생태계 조사 결과다. 남한 전체에서 2%도 안 되는 좁은 땅이 멸종위기종 종수의 43%를 품고 있다는 얘기다. 누가 뭐래도 생태계의 보고다.

이처럼 우리나라 생태계의 핵심 지역인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많은 야생동물은 요즘 어느 때보다 괴로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 듯하다. 이동로 곳곳을 가로막는 철조망, 먹잇감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폭설 등과 같은 익숙한 위협 외에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새로운 위협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소음이다.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을 이유로 지난 1월8일부터 최전방 10여곳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도 이에 질세라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지난달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양쪽의 확성기 공방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동물은 소음에 특히 민감하다. 먹잇감을 사냥하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고 달아나는 것 등 생존을 위한 많은 행동을 청각에 의존하는 야생동물은 더욱 그렇다. 소음은 야생동물의 번식과 새끼 기르기 등에 영향을 미치고 때론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다.

지리산에서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 복원 사업을 진행하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겨울철 지리산을 찾는 등반객에게 산행 중 ‘야호’ 소리는 물론 크게 떠드는 것조차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가수면 상태에서 겨울잠을 자는 반달곰이 소음에 놀라 동면 장소를 옮기다 탈진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사례를 보면 소음이나 진동에 의한 가축 피해가 인정된 사례가 적지 않다. 가축이 5분 평균 60㏈(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데 따른 스트레스와 성장 지연, 수태율 저하 등의 인과관계는 분쟁조정위뿐 아니라 법정에서까지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최대 70㏈ 이상 소음에 노출될 경우 유산이나 사산 등의 피해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남북한이 확성기 공방을 펼칠 때의 비무장지대 안 소음도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휴전선에서 4㎞가량 떨어진 곳에서 측정되는 소음도도 60~80㏈에 이른다는 일부 언론 보도로 그 엄청난 강도를 짐작할 뿐이다. 멀리 북한 쪽에서 웅웅대는 소음만으로도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음 전쟁’ 상황에서 양쪽 확성기 사이에 낀 수많은 야생동물은 얼마나 위험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까.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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