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야기
엑손모빌은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에 저해하는 불량 기업으로 환경운동가들 사이에 악명 높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이들은 엑손모빌이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그룹들을 지원해왔다고 비난해왔다. 올해 초 미국 언론에는 기후변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연구자의 한 논문이 엑손모빌을 포함한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는 폭로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이런 엑손모빌이 지난 2일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이고 분명한 국제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정부들의 노력을 지지하고 응원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서 엑손모빌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효과적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에 돈을 내게 하는 것”이라며 “탄소세가 효율성과 기술 발전을 촉진해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조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재계는 새 기후체제에 적극 참여하려는 정부가 영 못마땅한 듯하다.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재계의 시각을 대변해온 한 신문은 회의 개막일인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각국이 자국 사정을 고려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데, 유독 우리 정부만 별스런 허세를 부리고 있다”며 “정부는 환경운동을 하자는 것인가”라고 꾸짖었다.
이 신문의 논조를 책임진 주필이 1일치에 쓴 ‘파리 기후회의, 종말론의 축제’라는 제목의 칼럼은 저주에 가깝다. 파리 기후회의를 “광우병 축제 분위기”라고 폄하하고, “이산화탄소는 정치극장의 주된 어젠다로 부상한 지 오래다. 그래서 어떤 과학적 반대 증거도 무력화시키고 만다”며 기후변화가 과학적 사실이 아닌 정치적 조작이라는 식의 주장까지 거침없다. “구속력이 없는 체면만 그럴싸한 파리협약으로 이행한다는데 오바마와 시진핑이 합의할 것이라는 전망조차 나와 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산업계는 미국 덕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는 기대를 나타내면서 “파리가 구속력이 있는 글로벌 규제 장치를 만들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고 역설했다.
세계 196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은 파리회의에 202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포함한 기여계획(INDC)을 제출하기로 했다. 이 약속에 따라 7일 현재까지 줄일 온실가스도 거의 없어 보이는 태평양 섬나라들을 포함한 186개 나라가 기여계획을 제출했다. 아직 10개 나라가 지구촌의 기후변화 대응에 동참할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 셈이다. 파리회의를 ‘광우병 축제’나 ‘이산화탄소 정치극장’으로 규정한 시각에서 보면 이 10개 나라는 정치극장의 엑스트라 역을 거부한 용기있는 나라로 칭찬하고 고마워해야 마땅할 듯하다. 이들 나라에는 베네수엘라와 리비아 등 일부 산유국과 다른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시리아, 그리고 북한이 포함돼 있다.
김정수 선임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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