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종시 중앙공원 예정지인 장남평야에 서식하는 금개구리. 한국 고유종으로 개체군과 개체수가 급감해 2005년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로 지정됐다. 눈동자 주변과 등 양쪽에 나 있는 두 줄에 금빛이 뚜렷하다.
김종범 아태양서파충류연구소장 제공
세종시 중앙공원 생태-시민 ‘중심’ 논란
“저기 한마리 있네요.”
17일 오후 5시께 세종시 세종호수공원과 금강 사이에 펼쳐진 장남평야.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와 대전충남녹색연합이 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특별본부와 함께 발족한 ‘장남평야 환경지킴이’ 김지훈 팀장이 논둑 사이에 긴 수로 형태로 조성된 물웅덩이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
관계기관-시민·환경단체 논의 거쳐
LH공사, 보존지역 더 늘려
공원 37%를 논으로 유지하기로 숲·체육시설 등 휴식공간 줄어
시민들 반발도 커져 환경단체 “최적의 방안”
시민단체 “공론화 필요”
가리키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중간 크기 개구리 한마리가 물속에 잠긴 채 뒤엉켜 있는 갈댓잎들 위에 앉아 있었다. 반쯤 감은 눈을 한 채 꼼짝 않는 녀석의 등판 양쪽으로 노란색 줄 두개가 제법 뚜렷하게 돌출돼 있었다. 2005년 국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한국 고유종 금개구리였다.
김 팀장과 함께 30여분간 물웅덩이 주변을 돌면서 만난 금개구리는 10마리가 채 안 됐다. 지난해 국립수목원 예정지 등에서 포획해 주변에 2만5천여마리를 이주시킨 것을 고려하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숫자다. “큰 개체들은 동면에 들어가기 위해 대부분 이미 물에서 나왔고, 주로 작은 개체들만 동면 전에 좀더 먹이를 먹어 몸을 불리려고 남아 있는 상태”라는 게 김 팀장의 설명이었다.
장남평야의 금개구리는 요즘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뜨거운 논쟁의 주인공이다. 세종시 세종호수공원과 금강 사이 장남평야에 중앙공원을 조성하면서 이곳에 사는 야생생물 금개구리를 위해 인간의 휴식 공간을 얼마나 양보할 것이냐가 이 논쟁의 주제다.
장남평야의 금개구리는 2011년 충남 연기군의 생태조사 과정에서 처음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중앙공원 조성사업 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주민 공청회에서 141만㎡ 넓이의 공원 면적 가운데 절반이 넘는 74만여㎡를 인공 숲, 체육시설 등이 들어가지 않는 보전지역으로 유지하는 내용의 공원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이전에 잡았던 면적보다 25만㎡가량 늘어날 보전지역은 모두 ‘생산의 대지’라는 이름의 논 경작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생산의 대지’ 면적 27만㎡를 포함하면 공원 안에 남겨지는 논은 52만㎡가 된다. 토지주택공사가 도시공원 전체 면적의 37%가량을 논으로 남겨놓는 전례 없는 공간 계획을 제시하게 만든 것이 금개구리다. 이 계획은 토지주택공사와 시민·환경단체 등이 전문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장남평야와 금강 둔치 일대에 모두 100만㎡의 서식처가 필요하다고 합의한 데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공원 안에 논이 27만㎡만 있으면 장남평야의 금개구리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까? 국내 양서·파충류 전공자 가운데 유일하게 금개구리 생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라남용 전남대 생물학과 객원교수는 “금개구리는 하루 종일 물웅덩이에서 10m도 움직이지 않고, 동면할 때도 물이 있는 주변 반경 30m 이내 육상지역을 벗어나지 않는다”며 “넓으면 넓을수록 좋겠지만 27만㎡가 되면 거기에 맞게 개체수가 조절되고 52만㎡가 되면 또 거기에 맞춰진다. 둘 다 금개구리 서식지로 할애한다고 보면 크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금개구리만이 아니라 금개구리 서식지 보호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토지주택공사가 계획대로 세종시 중앙공원의 절반을 보전 녹지로 남긴다면 중앙공원은 전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금개구리 서식지가 될 뿐 아니라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인 도심에서 인간과 다양한 생물이 공존하는 드문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미 장남평야는 지난해 주변에 흩어져 있던 금개구리들을 이주시키고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 거미와 잠자리 등 곤충이 증가하는 등 생물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김지훈 팀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공원에서 보전지역과 논 면적이 늘어나는 만큼 숲이나 잔디밭 등의 면적이 줄어들고 체육시설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서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 전체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세종시 일부 시민들이 지난달 ‘중앙공원 바로 만들기 시민모임’을 꾸리고 금개구리 보호를 위한 토지주택공사의 보전지역 확대 계획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하고 나선 이유다. 중앙공원을 금개구리를 위한 공원이 아니라 시민들이 휴식하고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춘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이 모임 박남규 대표는 “토지주택공사의 보전지역 확대 계획은 세종시 새 도심에 주민들이 미처 들어오지 않은 상태에서 구도심 지역 중심의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과 논의해 나온 것”이라며 “공원 안 금개구리는 대체 서식지로 이전하고 보전지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주민들의 요구에 금개구리 보전 방안 수립에 참여했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은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 양흥모 사무처장은 “장남평야 70여만㎡ 원형 보전은 지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토지주택공사와 환경단체가 서로 양보해서 찾은 최적의 방안”이라며 “입주민들의 요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김수현 사무처장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것이 타당한지 아니면 사람 중심으로 가야 되는지를 놓고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내 세종시민의 여론이 어떻게 모일지 주목된다.
세종/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LH공사, 보존지역 더 늘려
공원 37%를 논으로 유지하기로 숲·체육시설 등 휴식공간 줄어
시민들 반발도 커져 환경단체 “최적의 방안”
시민단체 “공론화 필요”
2. 장남평야의 금개구리 서식지 모습. 금개구리는 가운데 보이는 물웅덩이와 같은 곳에서 주로 생활하다 가을부터 물웅덩이 주변의 땅속에 들어가 겨울을 난다.
김정수 선임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