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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아름다운 나라, 멋진 사람들 위험 놓여 안타까워요”

등록 2015-10-13 20:19수정 2015-11-04 10:43

1. 11일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워리어호 갑판에 모인 선원들과 자원봉사자. 왼쪽부터 선장 피터 윌콕스(미국), 기관정비사 자비네 슈타이너(독일), 요리사 루슬란 야쿠셰브(우크라이나), 1등항해사 페르난도 로모(스페인), 무선통신사 요르단 제오르지에브(루마니아), 갑판원 로사노 필리피니(이탈리아), 자원봉사자 카이제 첸(대만), 갑판원 아피살로메 와카니사우(피지). 나머지 선원들은 ‘오픈 보트’ 행사를 진행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다.
1. 11일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레인보워리어호 갑판에 모인 선원들과 자원봉사자. 왼쪽부터 선장 피터 윌콕스(미국), 기관정비사 자비네 슈타이너(독일), 요리사 루슬란 야쿠셰브(우크라이나), 1등항해사 페르난도 로모(스페인), 무선통신사 요르단 제오르지에브(루마니아), 갑판원 로사노 필리피니(이탈리아), 자원봉사자 카이제 첸(대만), 갑판원 아피살로메 와카니사우(피지). 나머지 선원들은 ‘오픈 보트’ 행사를 진행하느라 함께하지 못했다.
‘딴거하자’ 메시지 싣고 온 ‘무지개 전사’
“한국은 정말로 아름다운 나라이고, 한국인들은 정말 멋진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와 멋진 사람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선진국 중 하나인 한국이 높은 기술력을 통해, 위험한 원전이 아닌 안전하고 깨끗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원자로 6기 이상 초대형 원전단지
전세계 11곳 중 4곳 한국에 몰려
내년 세계 최대 원전단지 될 고리
반경 30㎞ 거주 인구도 세계 최대
레인보워리어호 타고 온 선원들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 선택해주길”

2. 9일부터 부산항 제1부두에 정박해 있는 레인보워리어호의 모습. 배 위 갑판에 보이는 사람들은 11일 열린 오픈 보트에 참석해 배를 구경하고 있는 시민과 어린이들이다.
2. 9일부터 부산항 제1부두에 정박해 있는 레인보워리어호의 모습. 배 위 갑판에 보이는 사람들은 11일 열린 오픈 보트에 참석해 배를 구경하고 있는 시민과 어린이들이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 안젤로 무스코는 13일 아침 고리 원자력발전소 앞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계획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뒤 이렇게 말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그는 한국,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터키 출신 동료 활동가들과 함께 고리원전 앞바다에 닻을 내린 레인보워리어호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신고리 3·4호기 앞 해안에 상륙해 ‘인자 원전 고마 지라, 쫌!(NO NEW NUKES)’이라고 쓰인 펼침막을 펼치는 시위를 벌였다.

이날 상륙 시위의 모선이 된 레인보워리어호는 그린피스 국제본부가 운영하는 3척의 환경감시선 가운데 하나다. 그린피스가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으로 원전에서 벗어나자며 시작한 ‘딴거하자 캠페인’에 반핵 시위와 일반인들에게 배 내부를 공개하는 ‘오픈 보트’ 등을 통해 참여하려고 지난 9일 부산항에 들어왔다. 무스코는 이 배의 2등항해사다.

반핵을 핵심 활동으로 삼는 그린피스에 한국은 감시 대상 1호 국가다. 한국 원전 산업의 ‘세계적 위상’ 때문이다. 한국은 6기 이상의 원자로가 한곳에 집결된 세계 11개 원전 집적단지 가운데 4개를 보유한 나라다. 이미 완공된 신고리 3·4호기가 내년까지 모두 가동에 들어가면 고리 원전단지는 캐나다의 브루스 원전단지를 제치고 세계 최대 원전단지가 된다.

고수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활동가는 11일 레인보워리어호 선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전단지 반경 30㎞ 안에 사는 사람이 브루스 원전단지는 3만여명에 불과한 반면, 고리 원전은 340만명이 넘는다. 이런 곳에 신고리 5·6호기를 추가 건설하겠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말했다.

뱃머리에 무지개와 흰 비둘기가 그려진 레인보워리어호는 그린피스의 움직이는 상징물이다. 1985년 프랑스 정보기관에 의해 폭파돼 침몰한 환경감시선의 이름, ‘무지개 전사’를 이어받은데다, 닻과 돛은 물론이고 나사 하나까지 전세계 10만명이 넘는 후원자들의 기부를 통해 갖춰졌기 때문이다.

레인보워리어호는 다른 용도로 지어진 선박을 개조한 앞선 환경감시선들과 달리 그린피스가 직접 설계해 2011년 건조했다. 그러다 보니 동력원은 물론 배 외부에 칠하는 페인트에서부터 화장실과 주방에서 나오는 오폐수 처리 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 선박에서 가능한 최고 수준의 친환경 요소가 적용될 수 있었다.

총톤수 855t, 선체 길이 58m의 레인보워리어호의 주 추진장치는 54m 높이의 돛대 2개에 펼쳐지는 1255㎡의 흰 돛이다. 디젤엔진도 물론 달려 있지만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람이 없거나 급히 속력을 올려야 할 때 제한적으로 사용한다.

피터 윌콕스 선장은 11일 부산항 제1부두에서 열린 오픈 보트 행사에서 “레인보워리어호는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난화와 해양 산성화를 피하기 위해 항해 거리의 80%가량은 엔진을 끈 상태에서 돛으로만 항해한다”고 소개했다. 배 기관실을 안내한 콜롬비아 출신의 2등기관사 루이스 바스케스는 “대부분의 배가 먼바다에서는 오폐수를 그대로 바다로 쏟아버리지만, 레인보워리어호는 생물학적 방식으로 정화한 뒤 자외선으로 살균 처리해 방류한다”고 말했다. 염소 소독제 같은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해양 생태계에 끼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려다.

레인보워리어호는 미국 플로리다 출신인 윌콕스 선장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루마니아, 스페인, 콜롬비아, 피지 등 14개국에서 온 16~18명에 의해 움직인다. 이 가운데 자원봉사자 2~3명을 뺀 나머지가 그린피스 활동가인 정규 선원이다. 좀더 가치있는 일을 찾아 상업용 선박에서 일할 때보다 30%가량 낮은 급여를 받고도 즐겁게 일하는 이들이다.

1985년 폭파된 첫번째 레인보워리어호의 선장이기도 했던 윌콕스 선장은 “미국, 러시아,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사고가 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반경 30㎞ 안에 300만명 이상이 사는 곳에 원자로를 집결시키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전 확대 정책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다른 활동가 선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루마니아 출신으로 배의 전기설비를 책임지고 있는 플로린 포페스쿠는 “사고가 아니라 폐기물 처리 문제만 보더라도 한국 정부가 점점 더 많은 원전을 선택하는 것은 나쁜 선택”이라며 “한국 정부가 원전 중심 에너지 정책을 바꾸는 것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상선에서 근무하다 “좀더 세상을 위해 가치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5년 전 그린피스에 합류했다.

1등항해사 페르난도 로모 역시 “원전 확대 정책은 한국이 미래를 위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인 로모는 상선과 유조선 등에서 일하며 그린피스를 후원해오다 2007년에 아예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으로 일터를 옮겼다.

레인보워리어호는 20일까지 부산항에 머물며 17~18일 한차례 더 오픈 보트 행사를 열고, 22일 인천항으로 이동해 24~25일 오픈 보트 행사를 한 뒤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오픈 보트에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누리집(www.greenpeace.org/korea/shiptour2015)을 통해 사전 신청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부산/글·사진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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