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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서울 한복판에서 양봉 배우는 재미 ‘꿀맛이야’

등록 2015-04-22 20:12수정 2015-04-23 09:58

어반비즈 박진 대표(왼쪽 셋째)가 2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예장동 서울시청 남산별관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옥상에 마련된 양봉장에서 벌집을 들어 보이며 시민들에게 도시양봉 수업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어반비즈 박진 대표(왼쪽 셋째)가 22일 오전 서울시 중구 예장동 서울시청 남산별관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옥상에 마련된 양봉장에서 벌집을 들어 보이며 시민들에게 도시양봉 수업을 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시청 남산별관서 도시양봉 첫 수업
녹지사업소 8주 교육 참여 시민들
수천마리 벌 날자 순간 긴장
교육 시작되자 벌집서 눈 못떼
“직접 딴 꿀 아이들 먹이고 싶어”
전문가 “밀원식물 가로수 조성을”
양봉 신고제 등 제도 마련도 급해
‘웅웅웅웅….’ 벌들의 비행 소리가 요란했다.

“수벌을 찾아보세요. 엉덩이가 검고 크기가 큰 것이 수벌입니다. 여왕벌이 낳은 알 중에 무정란은 수벌이 되고 유정란은 암벌이 됩니다. 암벌인 일벌은 열심히 꿀을 만들지만 수벌은 일을 하지 않아요.”

22일 오전 서울시청 남산별관 옥상. 벌통 다섯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한 통에 2만마리가 산다고 했다. 벌 10만마리가 내는 날갯짓 소리가 요란했다.

‘남의 집 속사정’이 궁금한 남녀 20명이 뚜껑 열린 벌집에 눈을 고정한 채 도시양봉 소셜벤처 ‘어반비즈서울’ 박진 대표의 설명에 귀를 세웠다. 이들은 서울 한복판에서 달콤한 벌꿀을 채취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꾸다 이날 도시양봉 수업을 듣게 됐다.

‘외부인’들의 갑작스런 방문에 당황한 벌 수천마리가 하늘로 솟구치며 사람들을 에워쌌다. 그물망옷을 입고 장갑도 끼어서 쏘인 사람은 없었다. 긴장도 잠시, 사람들은 벌꿀의 세상으로 조금씩 빠져들었다.

“벌이 꽃에서 꿀을 가져와 뱃속에서 소화시킨 후 토해내는 게 꿀입니다. 벌이 꿀을 잘 만들려면 일벌과 여왕벌의 건강, 계절별 관리, 분봉과 합봉 등의 관리 기술이 필요합니다.”

박 대표가 설명하는 사이에도 벌들은 바지런히 움직였다. 일벌들이 만들어놓은 육각형 방엔 반짝이는 꿀과 노란 화분(꽃가루), 여왕벌이 낳은 하얀색 알이 들어차 있었다. 벚꽃이 지고 아카시아꽃이 피는 4월말부터 7월까지가 벌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기라고 한다. 빌딩만 가득한 서울에서 양봉이 가능할까? 오히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는 고온건조한 기후를 좋아하는 벌이 지내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는 올해 처음 도시양봉 수업 신청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직원 동아리 활동으로 시작한 도시양봉을 8주짜리 시민교육으로 개방한 것이다. 이날이 첫 수업이었다.

도시농업과 벌꿀과 벌침의 약효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 수강을 신청했다. 양인한(37)씨는 이미 집 옥상에 벌통 두개를 놨다. 양씨는 “집 근처가 산이라 양봉을 시작해보려 한다. 벌에 대해 혼자 공부하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아서 벌의 생태부터 관리 방법까지 체계적으로 배워볼 생각”이라고 했다. 수의사 손창환(36)씨는 “근교로 이사갈 계획이 있는데 그때 양봉에 도전하겠다”고 했다. 도시에서만 자라 벌을 가까이서 본 게 처음이라는 프리랜서 작가 김경희(33)씨는 지난해 영국에서 도시양봉을 처음 알게 됐다고 한다. 꽃을 좋아하다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벌에게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배재한씨는 “아이들에게 직접 딴 벌꿀을 먹이고 싶다”고 했다.

대기오염에 미세먼지 경보가 수시로 울리는 서울에서 딴 벌꿀은 먹어도 괜찮을까? 지난해 7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어반비즈서울이 관리하는 명동유네스코, 서초동 서울연구원, 용산 노들섬 양봉장에서 채취한 꿀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분석 결과를 보내왔다고 한다.

‘벌 친화적’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가로수를 밀원식물(꿀을 얻을 수 있는 식물)로 심자는 주장도 있다. 이승환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곤충계통분류학)는 “프랑스, 영국 등 외국은 도로 옆 건물 옥상에서 양봉을 하고 거기서 얻은 꿀로 1층 식당에서 요리를 한다. 녹지가 부족한 서울에 다양한 밀원식물을 가로수로 조성하면 도시 전체에 향이 나고 보기에도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

도심 속 벌떼는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박 대표는 “지방자치단체가 양봉 조례를 만들거나 신고제로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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