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양묘장 옆에 600평 규모로 조성된 ‘한살림-대공원 토종 텃밭’ 전경. 한살림 제공
[경제의 창] 더 나은 사회
생협 한살림-서울대공원
‘토종 텃밭’ 조성 주민들에 분양
생협 한살림-서울대공원
‘토종 텃밭’ 조성 주민들에 분양
서울대공원에 지역 주민들이 동물 퇴비로 토종 농산물을 키우는 텃밭이 생겼다.
서울대공원과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이 서울대공원 양묘장 옆에 1980㎡(600평) 규모로 조성한 ‘한살림-대공원 토종 텃밭’이 28일 문을 열었다. 텃밭은 한살림 경기남부생협이 맡아 종자 제공 및 농사 교육 등 운영을 맡고, 서울대공원에서는 사육 동물의 퇴비와 거름장, 농기구, 수리시설 등을 제공한다. 한살림은 이달 초부터 신청을 받아 1구좌당 16.5㎡(5평)씩 모두 76가구에 선착순으로 텃밭을 분양했다. 텃밭을 분양받은 주민들은 경기 과천·안양·의왕 등 인근 지역 주민이 대부분이며, 분양 규모가 제한돼 열흘 만에 조기 마감됐다.
한살림은 농사를 짓는 주민들에게 토종 씨앗과 모종을 제공하고, 서울대공원은 사육 동물의 분뇨를 6개월 이상 발효시켜 만든 퇴비와 거름장을 제공한다. 한살림과 서울대공원은 텃밭 주민들에게 동물 먹이주기 행사 등 다양한 체험 기회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살림 관계자는 “텃밭 농사 경험이 있는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함께 텃밭 운영에 참여해 농사를 처음 짓는 주민들을 교육하면서 멘토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며 “신청자를 상대로 수요 조사를 해보니, 토종 감자와 상추, 시금치와 대파 등을 키우고 싶다는 이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번 텃밭 조성은, 한살림의 ‘토종 살리기 운동’과 서울대공원의 ‘먹이숲 사업’이 만나 이뤄졌다. 한살림은 2·3세대에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잡종 종자와 유전자조작농산물(GMO)을 반대하며 토종 종자를 보급하고 브랜드화하는 ‘토박이씨앗 살림운동’을 펼쳐왔다. 충북 괴산의 ‘우리씨앗 농장’에선 뿔시금치·조선오이·주먹찰옥수수 등 수십가지의 토종 종자 씨밭이밭(채종포)을 운영하고 있다. 먹이숲 사업은 서울대공원 동물들이 먹을 먹이를 유휴농지 등에서 직접 길러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쪽은 “직접 기른 먹이를 먹은 동물들의 배설물을 다시 비료로 쓰면서 동물원 내에서 먹이 순환이 이뤄지는 시스템을 갖춰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종 텃밭에서 수확한 농산물의 일부도 사육 동물의 먹이로 제공된다. 한살림 관계자는 “도시 주민들이 서울대공원에서 제공하는 동물 퇴비를 사용해 농사를 짓고, 그 부산물과 수확물의 일부를 다시 사육 동물의 먹이로 제공하면서 자원이 순환하는 생태 순환 농사를 체험할 수 있다. 동시에 대대로 우리 땅을 지켜온 토종 작물을 지키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살림과 서울대공원은 ‘동물동행기금’ 협약도 맺었다. 동물동행기금은 서울대공원의 동물의 종 다양성 유지와 동물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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