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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참에 메뚜기로 식량난 해결해볼까

등록 2014-09-02 15:38수정 2014-09-02 20:03

전북 완주군 직원들이 만경강변 들녘에서 ‘완주와일드푸드축제’ 때 관광객들의 메뚜기 잡기 체험 행사에 쓸 메뚜기를 잡고 있다. 완주군 제공
전북 완주군 직원들이 만경강변 들녘에서 ‘완주와일드푸드축제’ 때 관광객들의 메뚜기 잡기 체험 행사에 쓸 메뚜기를 잡고 있다. 완주군 제공
<설국열차> 단백질바 원료가 바퀴벌레
“단백질 함량 높고 대량 사육 쉬워 식용 적합”

곤충 섭취 인구 20억명…곤충식당 영업도
국내선 혐오식품 취급…사료·낚시미끼용 사육
친환경농업단지를 습격한 메뚜기로 우리나라 식량자급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곤충은 미래의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할 ‘비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지난해 5월 발간한 ‘식용곤충-식량 및 사료 안보 전망’(Edible Insects-Future Prospects for Food and Feed security)에서 “2050년이면 세계 인구는 90억명에 이르러 식량이 지금보다 2배가 필요해진다. 이미 20억명의 사람들이 전통적인 식사의 일부로 곤충을 먹고 있으며, 1900여종 이상의 곤충이 식품으로 이용되고 있다. 곤충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생태계, 식생활, 식량 안보 및 생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용곤충 중 우리나라에 적합한 것으로는 누에, 메뚜기, 굼벵이, 거저리 등이 꼽혔다. 올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22%에 불과하다.

영화 <설국열차>에서 꼬리칸 사람들에게 제공되던 거무튀튀한 단백질 블록은 바퀴벌레가 원료다. 곤충의 식용은 영화 속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식용곤충이 판매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네덜란드 하렘, 영국 런던, 싱가포르 비보시티 등 19개 도시에서 곤충판매 식당이 운영 중이다. 중국에서는 바퀴벌레, 매미, 갈색거저리 등이 곤충식품으로 팔리고 있고, 일본에서도 곤충 및 거미피자, 곤충 튀김·구이·꼬치 등 55종의 곤충이 식용 및 약용식품으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누에와 번데기, 동충하초 정도만 식용으로 이용될 뿐 나머지 곤충은 혐오식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10년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곤충산업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우는 등 곤충의 식량화를 위해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한국응용곤충학회는 지난해 ‘벼메뚜기 연중 생산을 위한 부화 기술’을 개발했으며, 전남대 연구팀은 메뚜기의 응용 요리를 개발하고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곤충은 주로 사료용으로 사육되는 데 머물고 있다. 경기 화성에 있는 귀뚜라미농원은 연간 1억4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어류 사료나 낚시 미끼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서는 ‘이삼구 박사와 함께 하는 친환경 미래식량 시식회’이라는 이색 행사가 열렸다. 오는 26~28일 고산자연휴양림에서 열리는 ‘제4회 완주와일드푸드축제’를 위한 음식품평회의 하나로 열린 이날 행사장에서 참가자들은 귀뚜라미로 만든 월병, 비스킷, 쿠키, 스낵바, 샌드위치 등을 시식했다. 귀뚜라미는 이삼구 전북대 연구교수가 자신의 집을 개조해 만든 사육장에서 기른 것이다. 이날 품평회에는 꿀벌애벌레부침 등도 소개됐다.

곤충의 식량화는 단순히 가축 고기를 대체하고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학과 공동 연구를 통해 “곤충고기 1㎏이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다 훨씬 적은 양의 온실가스를 생산하고, 또 곤충이 포유동물에 비해 섭취한 음식물을 고기로 더 빨리 전환시키기 때문에 전통적인 가축 고기보다 훨씬 친환경적 대체물임”을 밝혀냈다. 돼지 한마리는 귀뚜라미에 비해 1㎏ 늘어날 때마다 8~12배가 많은 암모니아를 배출하고, 메뚜기에 비해서는 50배 가량 많은 암모니아를 생산한다. 김유용 서울대 동물자원학과 교수는 지난해말 국회에서 열린 ‘곤충의 식용화·사료화 방안 정책 연구’ 토론회에서 “곤충은 단백질 함량이 높고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한데다 다른 동물에 비해 2~4배 이상의 효율로 단백질을 체내에 축적하기 때문에 식용이나 사료로 활용하기에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소는 사료의 13%만을 축적하고 도축 뒤에는 사료 대비 7.5%만을 활용할 수 있는 데 비해 곤충은 60%를 축적하고 버리는 부위가 거의 없어 사료 대비 54%를 활용할 수 있다.

곤충과 돼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곤충과 돼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황재삼 농업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연구관은 “미래 식량부족 해결을 위해 대량 사육이 쉬운 곤충을 식량자원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식품안전처에서 건조 곤충의 한시적 인정이 승인되면 곤충 건조물, 분말 등 형태로 제품판매가 가능해지고, 나아가 식품공전에 등록이 되면 식품제조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7월 식품안전처는 ‘갈색거저리 유충’을 한시적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메뚜기는 왜 무리 지을까?

개미, 꿀벌, 벌거숭이 두더지쥐처럼 고도의 조직화된 사회적 행동을 하는 진사회성 동물들은 무리지어 산다. 진사회성 동물이 아닌 메뚜기는 왜 떼지어 사는 것일까? 과학자들은 동종포식 이론, 숫자 임계설, 호르몬 작용설 등 여러 가설을 내놓고 있다.

동종포식 이론은 메뚜기들이 서로 먹힘을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리짓는다는 주장이다. 메뚜기는 대개 식물을 먹는 ‘채식주의자’이지만 서로 잡아먹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충분한 먹이를 확보하지 못할 때 일어나는데, 어린 메뚜기들이 다른 어린 메뚜기들을 먹이로 취한다. 메뚜기 숫자가 늘어나면 먹히지 않으려 달아나는 과정에 서로 무리를 짓게 되고 이런 추세는 어린 메뚜기들이 성충이 되어 날아갈 수 있을 때까지 반복된다는 것이 영국·미국·오스트레일리아 공동연구팀의 주장이다.(<커런트 바이올로지> 2008년)

숫자 임계설은 전투를 준비하는 군인처럼 메뚜기 역시 행동을 함께하기 전에 충분한 숫자로 부대가 늘어날 때까지 본능적으로 기다린다는 가설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대학 연구팀은 ‘전환점’(티핑 포인트)이라는 변화 포인트를 물리학 모델 등을 이용해 밝혀냈다. 연구자들은 실내에 멕시코 모자처럼 생긴 원뿔형의 생물 검정판을 만들고 그 안에 메뚜기를 풀어놓았다. 메뚜기가 별로 없을 때는 제멋대로 무리를 짓다가 어느 정도 밀도가 높아지면 무리는 하나로 짓지만 행진 방향은 수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1㎡당 20마리의 밀도가 되면, 곧 임계전환점이 되면 메뚜기들은 즉시 떼로 모여 한쪽 방향으로 나아갔다.(<사이언스> 2006년)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은 신경화학적 작용이 메뚜기를 무리짓게 만든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연구팀은 사막메뚜기들이 해롭지 않은 독립 개체들에서 식욕이 왕성한 무리 곤충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은 뇌 화합물인 세로토닌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전 연구에서 사막메뚜기들은 사막 환경이 건조해지면 먹이를 찾느라 점점 가까이 모이게 되고 서로 기어오르고 밀칠 때 뒷다리를 건든다거나 다른 메뚜기를 보거나 냄새를 맡는 등 자극을 받으면 왕성한 식욕을 보인다는 사실이 밝혀져 있었다. 옥스포드대 팀은 메뚜기가 떼를 지어 왕성한 식욕을 보일 때 혼자 있을 때보다 세로토닌이 3배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거꾸로 물리적인 군집 자극을 주더라도 세로토닌 분비를 억제해 유순한 단독형으로 남아 있게도 하고, 세로토닌 자극제를 주입해 신체 자극 없이도 무리짓는 행동을 하도록 할 수 있었다. 이들 화학제는 우울증 임상시험에 쓰이는 세로토닌 조절용 치료제이다. 과학자들은 세로토닌 양이 충분하도록 만들면 메뚜기들이 무리지어 왕성한 식욕을 보이는 현상을 미리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그 많은 ‘메뚜기떼’ 갑자기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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