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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화학물질 운반 화물차 ‘세월호’ 닮은꼴

등록 2014-05-13 20:22수정 2014-05-21 17:21

적재함 개조·과적으로 안전성 문제
일반 차량이 안전장비 없이 운송도
화학사고의 위험은 유해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산업시설의 담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난해 5월18일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를 지나던 화물차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에서 불산용액 40ℓ가 쏟아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운전자가 사고 지점에서 급히 차량을 우회전하면서 떨어진 컨테이너 안에 있던 불산용액 드럼통들이 깨져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유해 화학물질 가운데서도 특히 위험해 언제든 ‘화학폭탄’이 될 수 있는 ‘사고대비물질’조차 화학물질 전용 수송차가 아닌 일반 화물차에 허술하게 실린 채 주거지역 도로로 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 66건이 운반차량에서 발생했다. 사업장 내 시설 관리 미흡으로 일어난 사고(64건) 보다 많다.

화학물질 운송 현장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유해 화학물질을 나르는 일반 화물차 가운데는 세월호와 닮은꼴이 적지 않다. 차축과 적재함 등을 개조한 뒤 사고대비물질 등을 과적해 제동력과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트럭을, 운반 물질의 특성과 누출시 응급조처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운전자 혼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교통사고율 1위인 나라의 도로를, 과로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며 몰고 있어서다.

여수산단에서 생산되는 사고대비물질의 하나인 페놀을 부산권까지 수송하는 여수화물연대 소속의 한 조합원은 13일 “산단에서 유독물을 적재중량대로 싣고 나온 뒤 다른 화주의 일반 화물을 추가로 싣고 과적 운행을 하거나, 맥주·라면·밀가루 등 식품을 싣고 여수에 온 화물차가 돌아갈 때 운송비를 벌 목적으로 싼 값에 화학물질을 싣고 가는 사례도 있다”고 털어놨다. 이 운송 노동자는 “유독물 전문 수송 차량이 아니면 운전자 안전 교육과 방독면·안전화·보안경·방습포 등 응급 대응 장구가 차안에 제대로 비치되기 어렵다. 그만큼 운행 중 생길 수 있는 작은 사고를 큰 사고로 키울 위험이 높은 셈”이라고 짚었다.

유해 화학물질 운반 트럭 운전자가 대부분 지입 형식의 개인사업자라는 점도 운송 중 화학물질 누출 사고 위험을 키우는 요소다. 이들은 차량 유지 비용을 아끼려다 차량 정비나 타이어를 비롯한 부품 교체 시기를 미루기 일쑤다. 또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보조운전자를 동승시키는 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여수화물연대의 한 조합원은 “비용 때문에 보조운전자를 두지는 못하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응급장구만 2인분을 싣고 다닌다”며 “고령의 운전자가 유독물 차량을 혼자 몰다 심장에 이상이 와 사고를 낼 뻔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각종 연료용 가스와 시안화수소·포스겐 등 독성가스 설비의 안전검사를 맡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임원섭 노조위원장은 “화학물질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질을 담고 운반하는 그릇이다. 유조차는 소방 당국이, 가스 운반용기는 우리가 검사하는데 화학물질 운반용기는 사각지대에 있어 검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보면 한국에서는 이동 중인 화학물질 관리가 안 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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