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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익 있어도 환경피해 크면 철거…미국 작년 63개 댐 없애

등록 2013-10-06 21:06수정 2013-10-07 17:06

미국 워싱턴주 컬럼비아강 지류인 화이트새먼강 하류에 있던 콘딧댐의 철거 전 모습(왼쪽)과 2011년 댐이 철거된 곳에 다시 만들어진 급류에서 래프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퍼시피코ㆍ컬럼비아리버키퍼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은 댐의 나라다. 국제대형댐위원회(ICOLD)에 등록된 높이 15m 이상의 대형댐만 9265개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작은 댐까지 포함한 미 공병단의 집계에 따르면 모두 7만9000여개에 이른다.

미국은 댐 철거가 가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미국의 대표적 강 복원 운동 단체인 ‘아메리칸 리버스’가 집계한 것을 보면, 미국에서 1912년 이후 지난해까지 100년 동안 철거된 댐은 모두 1100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800개 가까운 댐의 철거가 지난 20년 동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지난해에만 63개의 크고작은 댐이 철거됐다.

수력발전소 발전면허 재심사때
전력생산-환경·레저자원 비교
댐 유지 이익 적을땐 걷어내

최근 20년간 800여개 댐 철거
자유롭게 흐르는 강이 가지는
환경·경제 영향 인식 확산이 배경

아메리칸 리버스의 선임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에이미 코버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 댐 철거가 많은 요인의 하나는 댐의 대부분이 50~100년 전에 지어져 처음에 의도한 용도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거나, 낡아서 안전기준에 맞춰 유지해가는 비용이 비싸진 댐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흐르는 건강한 강이 환경과 인간의 삶의 질, 지역 경제에 끼치는 가치를 깨닫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의 흐름이 실제 댐 철거로 이어지도록 만든 맨 밑바탕에 연방에너지법(Federal Power Act)이라는 강력한 법이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철거됐거나 철거중인 댐들의 대다수가 수력전기 생산을 주목적으로 지어진 댐들인 것은 바로 이 법의 힘이다. 환경이나 생태와는 무관한 듯 보이는 에너지법이 어떻게 댐을 철거하고 강을 살아나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까?

미국에서는 연방에너지법에 따라 설치된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30~50년 단위의 발전면허 재교부를 통해 수력발전소의 계속 가동과 폐쇄를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미 의회는 1986년 연방에너지법을 수정해, 수력발전소의 발전 면허를 재심사할 때 댐이 설치된 강에서의 에너지 생산과 그 강의 환경 및 레저 자원을 ‘동등하게’ 고려하도록 했다. 이 조항 때문에 모든 수력발전댐들이 30~50년 단위로 수력발전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환경 및 대중의 강 이용에 주는 불이익을 재평가받게 된 것이다.

연방에너지법은 또 에너지규제위원회가 수력발전댐에 발전면허를 갱신해줄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들을 환경청(EPA)이나 국립해양대기청(NOAA), 어류야생동물청(FWS) 등 자연보전 관련 연방 기관들이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물고기 이동 통로의 개량이나 최신형 교체, 하천 환경 보호를 위한 유지용수 방류량 확대 등이 그렇게 덧붙여지는 대표적 조건들이다.

지난 8월 메인주 비지댐 아래 비지 연어클럽에서 만난 어류야생동물청 메인주사무소 소속 생물학자 스티븐 셰퍼드는 “우리가 댐 소유주들에게 댐을 철거하도록 강요할 권한은 없지만, 우리가 제시하는 물고기 이동통로 개량, 하천 생태 유지를 위한 방류량 확대 등의 요구가 댐 소유주들이 스스로 철거를 결정하도록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에너지법에 근거해 에너지규제위원회는 수력발전면허 갱신을 위한 재심사 과정에서 수력발전업체와 연방·주정부 기관, 환경·레저단체, 지역 원주민 단체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 그룹이 협상을 벌여 발전소의 재가동 조건과 관련해 법률적 효력을 지니는 협정문을 작성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아메리칸 리버스가 최근 몇 년 사이 미국에서 이뤄진 강 복원 가운데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는 워싱턴주 화이트새먼강의 콘디트댐 철거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2011년 10월 시작된 콘디트댐 철거는 1996년 에너지규제위원회가 어류야생동물청 등 연방 기관들과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받아들여, 이 댐으로 발전을 하는 업체인 퍼시피코에 재허가의 조건으로 물고기 이동통로 개량과 하천 환경 보호를 위한 상시 방류량 확대를 제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런 요구를 받은 퍼시피코는 결국 콘디트댐에서 발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연방과 주정부, 환경단체, 레저단체 등과 협의를 시작해 1999년 마침내 댐 철거를 핵심으로 한 협정문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움직인 이유에 대해 이 업체는 홈페이지에서 “에너지규제위원회의 새로운 요구 조건들을 맞추면 콘디트댐 운영에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동통로 개량에 들어가는 비용과 상시 방류량 확대에 따른 발전 수익 감소가 이 업체가 먼저 댐을 철거하겠다고 제안하도록 몰아간 것이다.

콘디트 댐 철거는 에너지규제위원회가 2010년 10월 “소하성 어종, 야생동물, 레크리에이션에 끼치는 댐 제거의 이득이 콘디트댐과 호수를 잃는 것과 관련된 비용을 능가한다”고 결론 내리면서 최종 확정됐다.

메인주의 페노브스콧강 복원 프로젝트도 수력발전 면허 과정에 다양한 일반인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연방에너지법 조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페노브스콧강 복원 트러스트의 이사이자 메인주 자연자원협의회 선임 과학자인 닉 베넷은 “1980년대에 이뤄진 연방에너지법의 변화가 케네벡강의 에드워즈댐 철거, 페노브스콧강 복원과 같은 기회를 주었다. 연방에너지법이 없었으면 페노브스콧강 복원 사업은 이뤄질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거스타·뱅고어/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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