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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이 사람] 중국으로 쓸개즙 보신여행, 제발 그만두세요

등록 2013-08-29 19:11수정 2013-08-29 22:19

질 로빈슨
질 로빈슨
‘곰사육 반대’ 애니멀스아시아재단 대표 질 로빈슨
쓸개즙 얻으려 1만마리 사육
죽을 때까지 튜브 꽂고 살아
생명 착취로 얻는 건 없어요
“중국 길림성 연변지역에 있는 곰 사육농장의 쓸개즙 주소비층이 한국인 관광객입니다. 이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면 곰 농장을 방문하지 말아주세요.”

27일 서울 태평로에 있는 뉴국제호텔에서 만난 국제동물보호단체 애니멀스아시아재단(AAF)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질 로빈슨(사진)의 눈이 촉촉해졌다. 그는 중국과 동남아지역의 곰 쓸개즙 반입 반대에 동참하는 국내 여행사와 협약식을 맺기 위해 28일 서울에 왔다. 협약식에는 여행사 ‘하나투어’와 ‘착한여행’이 함께했다.

영국인인 그는 ‘아시아 곰의 엄마’로 불린다. 1985년 홍콩으로 건너와 동물복지기금을 모으는 일을 하던 그는 1993년 중국의 한 농장에서 쓸개즙 생산용으로 사육당하고 있는 곰을 발견한 뒤 곰의 구조 활동에 나섰다. 98년 애니멀스아시아재단을 설립해 2000년부터는 중국 쓰촨성 정부와 협약을 맺어 사육곰들을 사들였다. 2010년에는 산둥성 정부와도 곰 사육 종식 협약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구조된 148마리의 곰은 중국 청두에 있는 12만㎡ 규모의 애니멀스아시아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구조한 112마리의 곰이 보호시설에서 살고 있다. 현재 재단은 활동가 400명, 후원인 7만명이 넘는 세계적 동물보호단체로 성장했다.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마른 곰, 창자를 받쳐줄 근육조차 남아 있지 않은 곰,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십수년을 우리에 갇혀 사는 ‘사육곰’은 그에게 특별한 존재다. 그는 지금도 중국에만 1만마리, 베트남에는 2400마리 정도가 쓸개즙 채취 용도로 갇혀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산둥지역에서 구조한 올리버라는 곰은 30년 동안 가슴에 쓸개 채취용 금속조끼를 입고 살았어요. 살아 있는 채로 튜브가 꽂혔죠. 우리에 갇혀 있느라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머리만 크고 몸통과 다리가 짧은 기형적인 모습이었죠. 이렇게 길러지는 곰의 일부를 먹는 것은 인간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감염 위험이 너무나 높고, 실제로 사람이 숨진 사례도 있어요.”

한국에도 약 1천마리의 사육곰이 있지만, 정부는 농가소득을 보전해주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육곰 제도 폐지에 적극적이지 않다. 그가 조언했다.

“돈이 문제라는 것은 말이 안 돼요. 그렇다면 사육곰 농가에 대한 모니터링이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아픈 곰을 치료하지 않은 채 가둬두고, 또 살아 있는 생명을 착취해 얻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어요.”

글·사진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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