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도 ‘재고 촉구’ 시사
세계 각국이 한국의 고래잡이 활동 재개 방침을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5일(현지시각) 한국의 고래잡이 활동 재개 방침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패트릭 벤트렐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 정부는 상업적 포경 금지를 따르고 있다”며 “한국이 과학연구용 포경을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한 데 대해 ‘매우’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한국 정부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고래잡이 활동 계획 재고를 촉구할 것임을 시사해 향후 한-미 간에 논란이 예상된다. 미 정부 관리들은 “한국의 과학연구용 포경이란 곧 밍크고래들을 잡는 것을 말한다”며 “밍크고래는 ‘부수 어획’(생선들을 잡는 과정에서 다른 생선이 같이 잡히는 것)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줄리아 길라드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결정에 매우 실망했다”며 “우리는 모든 고래 사냥에 반대하며, 과학적 목적이라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뉴질랜드 존 키 총리도 고래 사냥 방침이 “잘못된 방향으로 내디딘 최악의 한발자국”이라고 비난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웬디 엘리엇 국제포경위원회(IWC) 파견단 대표도 한국의 방침이 “일본처럼 과학연구를 빙자해 상업적 포경을 하려는 시도”라고 공격했다.
이날 호주의 공중파 티브이들의 뉴스는 모두 톱뉴스가 한국의 고래잡이 활동 재개 기사로 도배됐다고 현지 교민들은 전했다. <시엔엔>(CNN) 등에서도 이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비난여론이 높아져가는 모양새다.
이에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4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포경 재개 방침을 밝혔으며, 이에 대해 호주와 뉴질랜드 등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는 고래로 인한 어업피해를 연구하기 위해 고래를 잡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우리나라 연근해에 분포한 고래 약 8만마리가 연간 14만6000t의 수산자원을 먹어치우고 있으며, 그 때문에 어업인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민들은 최근 고래잡이를 허용해달라고 당국에 건의하기도 했다.
워싱턴/권태호 특파원 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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