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서울대공원 돌고래쇼 공연이 끝나고 수족관에서 쉬고 있는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대포, 금등이. 다가가자 먹이를 주는 줄 알고 몰려들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서울대공원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제돌이는 원래 ‘제이비디(JBD) 09’로 불렸다. 2007년 11월4일, 제주 앞바다를 한참 헤엄치고 있는데, 고래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배를 타고 다가와 사진을 찍었다. 그때 제돌이의 식별번호가 붙었다. 9번째 발견된 제주(Jeju) 남방큰돌고래(Indo-pacific Bottlenose Dolphin).
2009년 5월1일,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무언가에 들어왔는데 나갈 수 없었다. 그물에 걸린 것이다. 제돌이 나이 8~9살(추정) 때였다. 사람들이 다가와 신경안정제를 주사하고 안대로 눈을 덮었다. 한참 있다가 눈을 떠보니 수조 안이었다. 그때부터 제돌이의 삶터는 제주도 연안 418㎞의 바다에서 좁은 풀장으로 바뀌었다.
점프와 인사, 훌라후프 돌리기
공놀이와 노래 부르기…
조련사 싣고 달리기도 하지
‘차세대 에이스’라 띄워주지만
부리 끝은 벌겋게 벗겨져 있어 제돌이는 야생성을 버리는 순치훈련을 받았다. 밥을 굶기면서 죽은 생선을 먹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오징어를 좋아하던 제돌이도 배고픔을 이기진 못했다. 개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주를 굶으면 죽은 생선을 자유롭게 먹는다.
7월20일, 다시 제돌이에게 안대가 씌워지고 주사가 놓였다. 이번에 깬 곳은 서울대공원이었다. 박창희 서울대공원 조련사가 말했다. “처음 왔을 땐 죽은 생선을 먹을 정도만 훈련돼 있었죠. 체구가 작고 잔 상처가 많았어요.”
남방큰돌고래는 어망과 어구가 많은 연안에 살기 때문에 몸에 잔 상처가 많다. 그때 서울대공원에는 이미 제주도에서 잡혀 온 금등이(20살)와 대포(19살)가 쇼를 하고 있었다. 금등이는 1999년 3월, 대포는 2002년 3월에 서울대공원에 왔다. 대포는 어릴 적 제돌이를 기억하고 있었을까? 제돌이는 대포를 따라 묘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해 가을, 제돌이도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 나섰다. 할 줄 아는 동작이 없었지만, 둥근 머리와 웃는 얼굴, 미끈한 몸체만 봐도 사람들은 ‘와’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때에도 제돌이는 온통 먹이 생각뿐이었다. 고등어, 전갱이, 도루묵 등 토막 친 생선을 먹을 기회는 하루 5번, 그러니까 공연을 하거나 공연을 위해 훈련할 때뿐이었다. 조련사들은 제돌이가 점프를 하고 노래를 부를 때만 먹이를 줬다. 제돌이는 한 번에 1.5㎏씩 하루 7.5㎏을 먹었다.
제돌이가 공연에 필요한 동작을 다 익힌 건 동물원에 들어온 지 1년이 지난 2010년 여름이었다. 조련사들은 축하하며 제돌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서울대공원은 장기적으로 제돌이를 일본에서 들여온 태지(9살)의 뒤를 잇는 ‘차세대 에이스’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제주에서 온 돌비와 캐돌이가 2008년에 폐렴으로 죽은데다 노쇠한 금등이와 대포를 대신할 스타는 제돌이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돌이는 겨울에는 매일 2번씩, 여름과 주말에는 5번씩 점프와 인사, 훌라후프 돌리기, 공놀이, 노래 부르기를 하고 있다. 수중공연이 있는 여름철에는 스노보드 자세로 올라탄 조련사를 싣고 빠르게 수면 위를 달리기도 한다. 공연과 공연 사이엔 가로 12m, 세로 5m, 깊이 3m의 수족관에서 지낸다. 사람들이 퇴근하는 밤이면 공연용 풀장에 나가 금등이, 대포와 경주를 벌인다. 가끔 서로 물어뜯어 제돌이 몸에는 길게 찢긴 이빨자국이 있다. 시멘트 수조 벽에 긁혀 부리 끝도 벌겋게 벗겨졌다.
지난해 7월 남방큰돌고래의 불법 포획과 수족관 공급이 알려진 뒤, 이따금 서울대공원 앞에서는 돌고래를 풀어주라는 사람들의 기자회견과 1인시위가 열렸다. 그 와중에도 제돌이는 무심하게 점프를 하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달 22일 오후 3시 공연에서도 제돌이는 무대 위로 올라와 꼬리지느러미를 몸통 쪽으로 힘껏 당겨 올렸다. 고등어 한 조각이 날아왔다. 훌라후프를 부리로 열심히 돌리고 한 조각을 또 받아먹었다. 공연이 끝날 땐 인사를 제대로 못했다. 수중발레 선수처럼 머리를 물속에 박은 채 꼬리지느러미를 까딱까딱하는 인사를 세 번 해야 하는데, 두 번밖에 하지 않고 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입을 벌려봤지만 날아오는 생선은 없었다.
최우리 남종영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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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 끝은 벌겋게 벗겨져 있어 제돌이는 야생성을 버리는 순치훈련을 받았다. 밥을 굶기면서 죽은 생선을 먹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오징어를 좋아하던 제돌이도 배고픔을 이기진 못했다. 개체의 성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2주를 굶으면 죽은 생선을 자유롭게 먹는다.
지난 1월25일 제주에서 강연회를 마친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이 남방큰돌고래 야생방사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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