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잡이’ 헬기 조종사 익명 제보
집어장치 바닷속에 뿌린뒤 수거
죽은 어린물고기 그물째 바다에 버려
집어장치 바닷속에 뿌린뒤 수거
죽은 어린물고기 그물째 바다에 버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28일 한국 원양어선이 태평양에서 불필요한 어획과 어린 물고기를 남획하는 영상을 폭로했다.
그린피스 한국지부는 이날 “동원산업의 원양 어선에서 참치 어군을 찾는 헬기 조종사로 일했던 익명의 제보자가 제공한 영상”이라며 제보자가 배 위에서 직접 찍었다는 영상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영상을 보면 해당 어선은 집어장치(FAD)를 이용해 참치뿐만 아닌 각종 바다 생물을 유인한 뒤 그물을 이용해 깡그리 잡아들이는 방식으로 물고기를 포획했다. 집어장치는 부유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해서 참치 어군을 유인하는 장치로, 이 방식의 어업은 목표로 하는 참치뿐만 아니라 다른 생물과 어린 참치까지 그물 안에 휩쓸려 들어온다.
제보자인 외국인 헬기 조종사는 영상에서 “집어장치 사용은 빈번한 일이었다”며 “어떤 때는 40개가량의 집어장치를 쌓아 두고 배를 타고 가는 내내 바다에 집어던져 나중에 다 수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장치로 걸려든 쥐가오리, 돌고래, 청새치 등이 어부들에 의해 잔인하게 다뤄지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그린피스는 “특히 이 장치를 이용해 어린 물고기들까지 잡아들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참치 개체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영상 제공자는 “(이런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아들인) 어린 물고기들은 ‘시가’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데 (배에 끌어올리면) 모두 죽은 상태라 그물째로 바다에 버린다”며 “제가 본 것만 해도 셀 수가 없다”고 증언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현재 7~9월에만 공해상에서 집어장치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영상에서 나타나듯이 이 장치 사용 자체가 워낙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피스는 집어장치 사용 폐지를 위한 국제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어획량 기준 세계 2위의 참치잡이 국가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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