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철새 개체수 변화
환경부 ‘2011년 조류 센서스’
4대강 공사구간 철새 급감
4대강 공사구간 철새 급감
4대강을 찾는 철새가 4대강 사업 시작 2년 만에 거의 사라지거나 대폭 감소한 것으로 정부 조사 결과 확인됐다.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이 입수한 환경부의 ‘2011년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 보고서(초안)를 보면, 4대강 사업 전 구간에서 최대 90%가 넘는 철새가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청둥오리 등 강물과 습지, 모래밭을 터전으로 하는 오리류가 가장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경지에서 먹이를 구하는 기러기류와 말똥가리, 독수리 등은 개체 수 변화가 크지 않았다.
함안보가 건설되는 낙동강 남지~삼랑진 구간에서는 청둥오리가 4대강 사업 전인 2009년 2259마리가 도래했으나, 사업 뒤인 2010년 581마리로 줄어들더니, 올해는 97마리밖에 관찰되지 않았다. 불과 2년 만에 개체 수가 4%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중장비 소음과 준설공사로 인해 철새가 내려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쫓겨난 것으로 보인다. 세종보가 들어서는 금강 상류에선 비오리가 2009년 185마리에서 지난해 91마리, 올해 23마리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하천공사를 할 때엔, 구역별로 돌아가면서 공사를 하는 방식으로 철새들에게 피난처를 마련해줘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런 식으로 공사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했지만, 이와 관련된 마스터플랜도 세우지 않는 등 사실상 방치했다.
보고서는 철새 감소 원인에 대해 지난 겨울 이상한파 탓에 철새들이 조사 지역이 아닌 지천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민걸 공주대 교수(환경교육)는 “본류가 얼어붙었다면 지천은 더 빨리 얼었을 것”이라며 “4대강 피해를 숨기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조사를 마쳤지만,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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