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나 엘시디 같은 초정밀 제품의 가공, 세정하는 과정에서도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돼 업계의 저감 노력이 한창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기흥공장의 반도체 웨이퍼 가공라인. 삼성전자 제공
초정밀 제품 닦을때
불화탄소 계열 사용
온난화 유발지수 높아
불화탄소 계열 사용
온난화 유발지수 높아
화석연료 사용량이 적은 첨단산업도 온실가스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유발지수가 훨씬 높은 특수가스가 대량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들 특수가스는 주로 반도체 웨이퍼(반도체 재료인 실리콘 원판)나 엘시디 패널 등 초정밀 제품을 닦아낼 때 사용하는 불화탄소 계열이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에 비하면 배출량은 미미한 편이다. 하지만 온난화 유발지수가 이산화탄소의 수백~수만배인데다 사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다. 산업자원부 반도체·디스플레이팀 관계자는 “몇해 전부터 한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들 특수가스의 배출·감축 기준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실질적인 감축 노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세계반도체협회와 협정을 맺어 2010년까지 과불화화합물(PFC)을 97년 배출량보다 10% 감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환경안전부서, 생산부서, 설비구매부서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의결기구에서 ‘캐치 CO21030’이라는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 지난해부터는 피에프시를 사용하지 않는 대체기술을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시작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엘지는 그룹 차원에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기업 인벤토리 구축사업, 배출권 모의거래사업 등의 기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엘지필립스엘시디는 지난 2005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온실가스의 하나인 육불화황(SF6)을 처리하는 첨단장비를 도입해 시험 운영중이다. 배출 가스를 섭씨 1200도의 고온으로 태워 파괴하는 장비인데, 저감 효율이 90% 수준으로 기존의 공기세정기(가스스크러버) 등에 비해 훨씬 높다.
문제는 이들 특수가스를 처리하는 기술과 비용이다. 이원현 엘지필립스엘시디 에너지세이빙(ES)팀 부장은 “사용 후 가스를 물로 걸러내는 등의 기존 방식은 저감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며 “고온소각 등 첨단기술은 효율은 높지만 비용부담이 커 중소기업들은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고온소각 장비의 경우 대당 가격이 30억원 가량으로, 이를 모든 생산라인에 설치하려면 수백억원의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그나마 국내 기술은 전무한 상태이고 대부분 일본에서 기술과 장비를 들여오고 있는 형편이다. 이 부장은 “정확한 배출량을 계측하는 등의 기본부터 국제 기준에 맞추는 게 필요하다”며 “업계 차원에서 국산 기술·장비를 공동개발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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