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월롱면의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에드워드에서 국회 조사단이 지하 4m에서 뽑아올린 기름의 모습. 수송용 경유가 주성분으로 추정된다.
국회 환경조사단, 반환 미군기지 오염현장 가보니
지하 기름저장탱크 옆 땅속에 박은 기름탐지장치가 “삑~” 소리를 냈다. 지하 4m 깊이에 박은 투명한 시험관에 누런 기름이 허리춤까지 차올랐다. 솜방망이에 이 기름을 묻혀 불을 붙이자, 마치 유전에서처럼 검은 연기를 내며 타올랐다. “이걸 차에 넣으면 간답니다.” 사람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10명을 포함한 조사단 31명이 14일 국회 청문회의 첫 일정으로 경기도 파주시와 의정부시에 있는 반환 미군기지 3곳을 현지조사했다.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 현장도 이날 처음 공개됐다.
지하 저장탱크서 누출된 경유
지하수층에 그대로 고여있어
땅 파헤치자 매캐한 냄새
창고 안엔 냉방기·석고보드도…
“자기 시설이면 이렇게 했겠냐”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에 있는 캠프 에드워드는 페인트 칠이 벗겨진 텅 빈 막사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1954년부터 미군 공병이 물류기지로 써온 흔적이 크고작은 연료저장탱크 16개로 남아 있었다. 땅을 파헤치자 석유화학공장에 간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지하 저장탱크에서 누출된 경유는 땅속에 스며들어 지하수층에 고여 있었다. 가장 오염이 심한 지하 저장고 인근은 지난해 기름층이 2.4m에 이르렀지만 이날 조사에서 1m로 줄어 있었다. 반년 동안 지하수 속의 기름을 제거하는 ‘바이오슬러핑’ 작업의 결과지만, 오염 치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 부대 땅속에서 무려 16드럼의 기름을 퍼냈다. 바로 옆 지하수 조사에서도 고인 기름 높이는 46㎝에 이르렀다. 성수호 환경부 정책총괄과 사무관은 “유출된 기름이 땅속에 액체 상태로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토양입자 틈에 스며 있다가 조사 구덩이로 흘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적 7만6천평인 이 기지는 일상적인 오염 말고도 2002년 1만4800ℓ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기름과 아연으로 오염된 오염토양은 15t 트럭 3900대분에 이른다. 미군은 기지를 반환하기 전 오염원을 모두 제거하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8개항 오염원 제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증거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의정부시 캠프카일의 창고에는 배관이 절단돼 냉각재가 날아가 버린 냉방기가 40여대 쌓여 있었다. 석고보드와 유리섬유가 가득 담긴 창고도 있었다. 파주시 봉일천리 캠프 하우즈에선 기름저장탱크 66개 가운데 51개에서 기름을 완전히 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이진용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미군이 자기 시설이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했겠느냐”며 혀를 찼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오염이 훨씬 심한 것 같다”며 “지하수 오염이 어디까지 확산됐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공개도 핵심적 관심사다. 국회 환경노동위 우원식 의원은 “정부에 요청한 자료를 안보를 이유로 내놓지 않아 청문회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부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파주·의정부/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하수층에 그대로 고여있어
땅 파헤치자 매캐한 냄새
창고 안엔 냉방기·석고보드도…
“자기 시설이면 이렇게 했겠냐”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에 있는 캠프 에드워드는 페인트 칠이 벗겨진 텅 빈 막사들이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1954년부터 미군 공병이 물류기지로 써온 흔적이 크고작은 연료저장탱크 16개로 남아 있었다. 땅을 파헤치자 석유화학공장에 간 것 같은 냄새가 났다. 지하 저장탱크에서 누출된 경유는 땅속에 스며들어 지하수층에 고여 있었다. 가장 오염이 심한 지하 저장고 인근은 지난해 기름층이 2.4m에 이르렀지만 이날 조사에서 1m로 줄어 있었다. 반년 동안 지하수 속의 기름을 제거하는 ‘바이오슬러핑’ 작업의 결과지만, 오염 치유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이 부대 땅속에서 무려 16드럼의 기름을 퍼냈다. 바로 옆 지하수 조사에서도 고인 기름 높이는 46㎝에 이르렀다. 성수호 환경부 정책총괄과 사무관은 “유출된 기름이 땅속에 액체 상태로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토양입자 틈에 스며 있다가 조사 구덩이로 흘러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면적 7만6천평인 이 기지는 일상적인 오염 말고도 2002년 1만4800ℓ의 기름이 유출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기름과 아연으로 오염된 오염토양은 15t 트럭 3900대분에 이른다. 미군은 기지를 반환하기 전 오염원을 모두 제거하기로 한국 정부와 합의했다. 그러나 ‘8개항 오염원 제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증거는 곳곳에 널려 있었다. 의정부시 캠프카일의 창고에는 배관이 절단돼 냉각재가 날아가 버린 냉방기가 40여대 쌓여 있었다. 석고보드와 유리섬유가 가득 담긴 창고도 있었다. 파주시 봉일천리 캠프 하우즈에선 기름저장탱크 66개 가운데 51개에서 기름을 완전히 빼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이진용 강원대 지질학과 교수는 “미군이 자기 시설이라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했겠느냐”며 혀를 찼다. 서재철 녹색연합 녹색사회국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오염이 훨씬 심한 것 같다”며 “지하수 오염이 어디까지 확산됐는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공개도 핵심적 관심사다. 국회 환경노동위 우원식 의원은 “정부에 요청한 자료를 안보를 이유로 내놓지 않아 청문회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정부의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파주·의정부/글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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