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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황금알 낳을 ‘보물 생물’을 찾아라

등록 2006-12-11 09:52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갯벌에서 가져온 시료에서 미생물과 유전자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갯벌 진흙 속 미생물의 유전자에서 나온 리파아제는 세제, 화장품, 약품 등을 만들 때 들어가는 중요한 효소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시스템미생물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갯벌에서 가져온 시료에서 미생물과 유전자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갯벌 진흙 속 미생물의 유전자에서 나온 리파아제는 세제, 화장품, 약품 등을 만들 때 들어가는 중요한 효소다.
미생물 350만종 정체규명은 1%그쳐 가치 무한
식물 50만종 효능확인 1%뿐 ‘제2타미플루’ 무궁
2010년 2조5천억 달러 시장 ‘자원부국 잡기’ 시급
지난 1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안에 자리잡은 한국생명공학원 시스테미생물연구센터의 메타게놈팀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리파아제(지방분해 효소) 연구의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연구의 재료는 연구팀이 지난 2003년 새만금 갯벌에서 채취해온 진흙이다. 연구팀은 그 진흙 속에 있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분석해 리파아제의 새로운 그룹을 발견해냈다. 이들은 지난달 이 효소에 대해 특허를 내고 연구 결과를 미국 미생물학회지에 게재했다. 리파아제는 세제, 화장품, 약품 등을 만들 때 들어가는 중요한 효소다. 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 효소), 리파아제 등 효소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8조원 규모에 이른다. 현재 한 벤처기업에서 이 연구결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연구팀이 최근 주력하고 있는 또 하나의 연구는 ‘독도 미생물’의 식중독 치료 기능이다. 이 미생물은 이름 그대로 이 연구팀이 지난 2004년 독도에서 가져온 흙과 바닷물에서 발견해낸 20여종의 새로운 미생물 종류다. 연구팀은 최근 이들 중 3~4개가 살모넬라, 대장균 등 식중독균의 활동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약 이 기능이 명확하게 규명되면 새로운 식중독약이 우리나라 고유 미생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연구책임자 윤정훈 박사는 “지금까지 인간이 정체를 밝혀낸 미생물은 전체 미생물 350만종 중 1%에 불과하다”며 “그 1%에도 산업적 가치가 엄청난데 99%에는 얼마나 좋은 게 많이 있겠느냐”고 했다. 윤 박사의 연구실은 지금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한 현장이다. 바로 생물자원 전쟁이다.

세계미생물자원자료센터 등록 미생물자원 현황
세계미생물자원자료센터 등록 미생물자원 현황
잘 키운 미생물 하나 황금알 낳는 거위 된다= 식물, 종자, 동물, 미생물, 곤충, 줄기세포, 유전자 등 각종 생물자원이 치열한 연구끝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는 ‘황금알’로 변신한 사례는 많다.

현재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의 공인된 치료제는 타미플루 하나뿐이다. 다국적 제약업체 로슈가 독점생산하고 있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앞다퉈 사들이는 바람에 공급이 달리고 있다. 이 타미플루의 주원료는 중국 나무 스타아니스의 열매 ‘팔각’에서 추출한 천연물질이다. 중국요리의 향신료에 불과했던 이 열매가 첨단기술로 다시 태어나 로슈에 떼돈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지구상에 있는 30만종의 식물 중 성분과 효능이 제대로 알려진 것은 5천종에 불과하다. 98%의 식물이 ‘제 2의 타미플루’를 만들 수 있는 후보로 남아있는 셈이다.

미생물도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국내기업 씨제이(CJ)는 지난 1990년 미생물인 코리네박테리움 균주에서 라이신(동물사료에 사용되는 아미노산의 한 종류)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씨제이 바이오기획팀 김용욱 과장은 “현재 이 라이신 하나에서만 연 2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세트바이오텍이라는 벤처기업에서 만들고 있는 프로테아제(단백질분해 효소)의 한 종류인 아라자임은 한국 토종 무당거미 안에 사는 미생물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 효소는 화장품, 사료, 항생제, 개영양제, 가죽가공약품 등에 이용된다. 개발자인 한국생명공학연구 곤충소재연구센터장 박호용 박사는 “소재가 새로워야 결과물도 새로울 것이라는 생각에 곤충이라는 새로운 생물자원에 착안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게놈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미국의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요즘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며 해수를 채취하고 있다. 이 해수속에 있는 미생물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두 확보한 뒤 이 유전자정보를 조합해 새로운 인공미생물을 만드는 것이 벤터 박사의 목표다. 그는 이 미생물이 식량문제, 에너지문제, 환경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전세계 ‘생물자원 확보’ 경쟁= 생물자원은 한마디로 생명공학 산업의 고부가가치 ‘산업소재’라고 볼 수 있다. 미래에 국부를 늘릴 수 있는 잠재자원인 셈이다. 과학기술부는 현재 8천억달러인 관련 세계시장 규모가 앞으로 2010년까지 2조5천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달은 선진국이나 다국적 생명공학기업들은 수세기동안 세계 각국에서 생물자원을 수집해 각종 신약, 신품종 등을 개발하곤 했다. 하지만 자기 나라 토종 생물자원의 소유권을 강조하는 ‘자원주권’ 개념이 강화되면서 이제 이런 무단반출은 일종의 ‘생물자원 해적질’(biopiracy)로 규제되고 있다.

결국 각 나라는 자국 자원은 철저히 단속하면서 다른나라 자원은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생물자원을 가장 많이 갖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생물자원만 보더라도 미국이 21만개(세계미생물자원자료센터(WDCM) 등록)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이 10만개, 영국이 8만개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5만6천개를 갖고 있다. 후발주자인 중국은 2010년까지 10만개 확보를 목표로 250억원을 투자하는 등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빈국 한국, 갈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생물자원 빈국이다. 면적에 비해서는 다양한 편이지만 국토가 워낙 좁다. 식물의 경우 브라질에 10만종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4천종에 불과하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해외생물자원센터 이형규 박사는 “우리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자원부국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어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는 지난해부터 2015년까지 865억원을 지원해 중국, 말레이시아, 코스타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 나라에 해외 생물자원센터를 설립하는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그 나라는 자원을 제공하고 우리는 자금과 기술을 제공한다. 하지만 자원확보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이 박사는 “생물자원을 확보한 뒤에는 돈과 인력을 투입해 산업화를 먼저 시켜야 경제적 이득을 챙길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차원에서 생명공학 분야에 대한 대대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생물자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관리와 활용전략이 미흡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가칭)국가 생명자원 관리 마스터플랜’을 내년 상반기까지 수립하기로 지난 9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에서 의견을 모았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잘 키운 미생물 하나 황금알 낳는 거위 된다
잘 키운 미생물 하나 황금알 낳는 거위 된다

생물다양성협약 앞으로 쟁점은
자원부국-기술강국 이해 엇갈려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은 지난 1992년6월 브라질의 리오데 자네이로(리우)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158개국 대표가 서명해 채택된 뒤 1993년12월부터 발효됐다. 부속의정서로 지난 2000년 채택된 바이오안전성의정서(The Cartagena Protocol on Biosafety)가 있다.

이 협약의 가장 큰 명분은 물론 여러가지 원인으로 사라져가는 생물 다양성을 잘 보존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물 다양성은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생물의 종 다양성뿐 아니라 생태계의 다양성, 유전자원의 다양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협약은 각 나라가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자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민감한 이슈는 따로 있다. 바로 생물자원에 대한 접근, 기술이전, 이익배분 문제 등이다. 일단 이 협약은 모든 국가는 자국 천연자원에 대해 주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는 풀어야 할 쟁점이 많다. 미국 등 선진국, 다국적 생명공학기업들은 생물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반면 첨단기술을 그 나라에 이전하거나 자원을 개발해 얻게 되는 이익을 나눠갖는 데 대해서는 소극적이다. 당연히 자원은 풍부하지만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은 이와는 반대 입장이다.

아직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총론 외에 구체적인 조처들이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김창배 생명공학연구원 연구원은 “생물다양성을 잘 보존하자는 명분은 누구나 동의할 수 있지만,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그룹간에 첨예하게 입장이 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원부국도 아니고 기술부국도 아닌 우리나라는 두 그룹 사이에서 어정쩡한 위치”라며 “이 문제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하루바삐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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