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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아스팔트 걷어낸 텃밭에 ‘특별한 배추’ 키웠어요

등록 2006-11-23 19:48

서울 성북구 국민대 교정의 국제관 앞 아스팔트를 일부 걷어낸 뒤 만든 밭에서 지난 21일 학생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서울 성북구 국민대 교정의 국제관 앞 아스팔트를 일부 걷어낸 뒤 만든 밭에서 지난 21일 학생들이 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⑭ ‘녹색캠퍼스’ 운동 벌여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하보람의 배추’야.”

국민대 학생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쓰고 있는 ‘생명 일기’의 한 대목이다. 교양과목인 ‘녹색캠퍼스 함께하기’를 수강하는 학생 80여명은 지난 9월 학교 국제관 앞 아스팔트를 갈아엎고 텃밭을 만들어 배추 씨앗을 심었다. 이들 ‘녹색전사단’은 2003년부터 녹색캠퍼스 운동을 벌여왔다.

“수업 자체를 떠나 하나의 생명을 가꾼다는 건 굉장히 힘들지만 또 보람된 일”이라는 양승훈(20·국사학과 2년)씨의 말처럼 이들은 ‘나만의 배추’를 키우면서 생명에 대한 남다른 경험을 얻게 된다. 이들은 석달 동안 가꾼 ‘아주 특별한 배추’로 21~22일 김치를 담가, 학교 근처의 홀로 지내는 노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창현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제까지는 산업사회에 필요한 ‘회색 지식인’을 기르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생명의 가치를 이해하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녹색 지식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대 교양과목 ‘녹색캠퍼스’ 수강생 80여명 첫 수확…김치 담가 독거노인에 선물
정토회, 엠티때 쓰레기 줄이고 경상대 기숙사는 빈그릇 운동

대학에서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찾고 이를 실천하려는 ‘에코캠퍼스’ 운동이 곳곳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전국 16개 대학생 600여명이 모인 대학생정토회는 술에 찌들고 쓰레기로 넘치는 모꼬지 문화를 바꾸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에코 엠티’다. 이들은 장을 볼 때부터 장바구니를 들고 가고, 집에서 가져온 그릇을 이용해 음식을 나누고, 음식물 찌꺼기도 전혀 남기지 않는다. 가장 어려운 ‘초고난도 에코 엠티’는 아예 화장실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휴지를 사용하지 않고 뒷물을 한다. 경기 가평군 대성리의 한 민박집은 학생들과 계약을 맺어 ‘에코 엠티’를 실천하는 학생들에게는 숙박료를 30% 깎아준다. 지난 5월과 6월엔 정토회 소속 대학생 말고 성균관대와 성공회대 학생들이 에코 엠티에 동참했다.

경남 경상대 기숙사에서는 학생들이 ‘빈그릇 캠페인’을 벌여 쓰레기양을 다섯달 만에 65% 가량 줄였다. 서강대의 환경동아리 ‘풍뎅이’ 학생들은 천으로 손수 만든 ‘대안생리대’를 학교에 보급하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대구 영남대의 ‘에코 스피리트’ 동아리 회원들은 자동차 대신 인라인 스케이트로 통학하자는 운동을 펴고 있다.

경상대 환경동아리 ‘에코캠퍼스’를 지도하는 최광수 교수(해양환경과학부)는 “일제 때 학생독립운동의 주체는 중학생이었고 4·19 혁명의 주체는 고등학생이었다”며 “이제 대학생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대안을 찾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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