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조용하고 다양한 삶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는 기가스소프트 직원들이 18일 오전 경기 고양시 백석동 사무실에서 자전거 바퀴살 너머로 웃음을 머금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윤상혁, 김도훈, 백석봉, 우태성, 차승주, 류인희, 박기윤씨. 고양/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유?
살 빠졌죠 생명의 소중함 느끼죠
돈 안들죠 조금 더뎌도 행복합니다
살 빠졌죠 생명의 소중함 느끼죠
돈 안들죠 조금 더뎌도 행복합니다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④ 자전거가 삶을 바꾼다
경기 고양시 백석동에 있는 게임개발회사 기가스소프트의 개발팀 직원 14명 가운데 꼭 절반이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회사가 서울 마포에 있었던 3년 전, 김도훈(33)씨가 처음 자전거로 출근하던 날 동료들의 반응은 “웬 자전거?”였다. 하지만 김씨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며 하나둘씩 ‘자출’ 대열에 합류했다. 이젠 “자전거 때문에 출근 시간이 기다려진다”고 한다. 이들이 말하는 자전거의 ‘네 가지 마력’을 들어보자.
내 몸을 살리는 출근길=동료들은 “자전거 때문에 극적으로 변한 사람은 바로 김도훈씨”라고 꼽는다. 김씨는 눈비가 와도 아랑곳않고 3년 넘게 자전거를 타면서 15㎏이 빠졌다. 하루 두갑씩 피워대던 담배와도 절교했다. 겨울을 두렵게 만들던 고질적인 비염까지 거의 사라졌다. 다소 소심하고 낯을 가리던 성격도 이젠 직장 분위기를 이끌 만큼 활발해졌다. 그는 “70㎏ 이상 나가기 시작하면서 체중계에 올라설 생각도 안했는데, 지금은 자전거 덕분에 몸도 마음도 가볍다”고 말한다.
생명, 환경, 평화의 주행=자전거는 인간이 개발한 교통수단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 몸의 지방을 연료로 한다. 화석연료를 태워 대기를 오염시키고 소음을 일으키는 자동차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윤상혁(27)씨는 “서울 화곡동에서 행주대교를 지나 일부러 논길로 오는데, 길바닥에 새카맣게 모여 있던 참게들이 자전거 때문에 순식간에 쫙 흩어지는 걸 보면 신기하다”며 “참게, 도마뱀 같은 작은 생명이라도 행여 밟게 될까 자연히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백석봉(38)씨도 “턱을 오르내릴 땐 ‘유모차를 끄는 사람이나 휠체어·목발에 의지한 사람들은 얼마나 불편할까’ 싶고, 횡단보도를 건널 땐 쌩 달려가는 자동차를 보며 ‘아, 나도 저랬구나’ 싶다”며 “어울려 사는 게 뭔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싸고 빠르고=백석봉씨가 서울 응암동에서 회사까지 자전거로 달려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10분. 자동차로는 30분, 지하철로는 1시간이 걸리던 길이다. 하지만 인파에 짜부라지고 답답한 지하를 돌아다녀야 하는 지하철에 견주면 10분은 손해도 아니다. 자동차보다 40분이 더 걸리지만 ‘새로운 길을 찾는 여행’이 된 출근길은 자전거가 아니면 줄 수 없는 선물이기에, 그다지 비싼 기회비용도 아니다. 수동식 경차인데도 주차비·기름값을 포함해 매달 30만원 이상이 들던 자동차 출근에 비하면 확실히 주머니 사정도 나아졌다.
30㎞/h, 새로운 삶의 속도=차승주(36)씨는 “자전거를 타면서 자유로워졌고 사람 사는 맛을 느낀다”고 했다. 앞차를 향해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던 자신이 얼마나 삶에 조급증을 냈는지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삶의 속도를 가르치고 싶어 6살과 3살 된 아이들에게도 자전거를 사줬다. 차씨는 “오르막, 내리막, 평지가 함께 있는 자전거 타기는 사람의 삶과 비슷하다”며 “죽음이라는 목적지까지는 어차피 가는 것인데, 출세하고 경쟁에서 이기려 남들을 짓밟아 빠르게 갈 수도 있겠지만, 이젠 조금 늦어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자전거로는 동네 한바퀴나? 인식을 바꾸자
보유대수 800만대…전용도로 확대 시급
자전거는 도로교통법상 ‘차’다. 2005년 말 기준으로 전국의 자전거 보유 대수는 800만대, 보유 비율은 16.9%로 추산된다. 10년 동안 150만대가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2001년 현재 전국의 자전거도로는 4908㎞로, 일반도로의 3.11%에 불과하다. 또 인도에서 보행자와 부딪치는 등 사고가 났을 땐 자전거 운전자가 대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자전거는 늘어나는데 정작 다닐 길이 없고, 의무는 있는데 합당한 권리는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들은 차선 하나를 자전거 전용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붉은색 투수콘(도로 포장재)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임을 표시해놔도 아예 주차장으로 쓰이거나 보행자와 충돌하기 일쑤인 현재 상황은 불편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모임 ‘발바리’는 2001년 4월부터 이런 요구를 하며 ‘떼거리 잔차(자전차)질’을 벌이고 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과 충남 공주시 공산성 주차장에서, 또 넷째 주 토요일 오후 4시 경기 수원시 장안공원에서 200여명씩 모여 바깥 차선 하나를 ‘점령’하고 자전거로 달린다. ‘발바리’ 운영자 김용욱(34)씨는 “자동차가 유발하는 환경·교통 문제 등을 자전거 정책으로 풀어낸 유럽처럼 공무원들이 먼저 인식을 바꾸면 자전거 전용 도로 확대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내놓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 방안들을 보면 자전거를 ‘동네 한 바퀴’나 여가수단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자전거도로가 잘 갖춰졌다는 서울 송파구만 해도 자전거도로는 색깔 말고는 인도와 구분되지 않아 ‘전용’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전거 타기 운동을 펼치는 ‘자전거 21’의 오수보 사무총장은 “유럽 나라들처럼 차도와 인도 사이에 연석을 설치해 자전거도로를 확실히 구분하고 전용 횡단로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2010년까지 전용도로 385㎞를 포함한 자전거 이용시설 확충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자전거도로의 형태를 두고는 출퇴근 시간을 제외한 시간대별 자전거 전용차로제 등 여러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차량 흐름에 중대한 변화가 생긴다면 자전거 전용차로제에 반대 의견을 낼 수도 있다”는 태도다. ‘자전거 천국’을 건설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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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자전거가 삶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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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는 동네 한바퀴나? 인식을 바꾸자
보유대수 800만대…전용도로 확대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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