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중 학생들이 입양한 네 곳의 현재 모습(작은 사진들)과 학생들이 각 장소의 개선 방안을 표현한 모형(맞물린 그림들).
안양중 생태반 학생들
안양천 4곳 입양 ‘리모델링’ 나서
흉물스런 웅덩이·산책로…
“발길 줄잇는 명물로 만들게요”
안양천 4곳 입양 ‘리모델링’ 나서
흉물스런 웅덩이·산책로…
“발길 줄잇는 명물로 만들게요”
[미래를 여는 실천 대안생활백서]
지난해 9월 학교 근처 안양천을 ‘입양’한 경기 안양시 안양중 1학년 생태반 학생들은 지구입양 프로젝트를 통해 버려진 땅을 되살리고 환경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쓸모없는 공간을 휴식처로 바꾸고 시민들의 안전과 재미까지도 고려한 공간을 스스로 고안해냈다. 아이들이 입양한 장소 4곳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지 들여다보자.
#프로젝트 1. 안양천의 오아시스
안양천변의 콘크리트 배수로가 무너지면서 형성된 흉물스런 웅덩이를 입양한 ‘환경 수호대’조의 정훈이는 “우선 쓰레기를 줍고 배수로를 고친 뒤 더러운 물을 퍼내고 연못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원대는 “연못 옆에 벤치를 놓고, 사람들이 연못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도록 쓰레기통도 만들어두자”고 생각을 보탰다. 태영이는 “웅덩이 주변에 돌담을 쌓고, ‘이곳에 돌을 던지면 소원을 이룬다’는 전설을 표지판으로 만들어 달자”는 재미있는 제안도 했다.
#프로젝트 2. 조약돌 오솔길
석수3동 낙산빌라 3동 오른쪽 산책로 3는 사람들이 버린 공간이다. 이 무덤덤한 길을 입양한 주영이는 “길 양옆 콘크리트 경계석에 칠을 해주자”는 의견을 냈다. 원영이가 “무지개색으로 칠하면 예쁘겠다”고 맞장구를 치자, 규빈이는 “경계석이 35개니까 무지개를 다섯번이나 이어서 그릴 수 있겠다”며 웃었다. 필요한 일곱 색깔 페인트는 길 건너 페인트공장에 프로젝트를 설명한 뒤 협찬을 받고 칠이 끝나면 협찬 문구도 남기자는 제안이 나왔다. 또 오솔길에 차양막을 설치해 비를 막고 바닥에 지압용 조약돌을 깔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2m짜리 원형 봉강 34개와 너비 140㎝·길이 3짜리 아크릴 재질의 차양막으로 설계했다. 근사한 산책로가 될 것이다.
#프로젝트 3. 황소구멍의 리모델링
학교 인근의 안양천 둑 위에는 울타리에 개구멍이 뚫린 곳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다 보니 어느새 ‘황소구멍’으로 커졌다. 제방에서 안양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몇개 없는 탓이다. 하지만 이 구멍으로 드나드는 건 매우 불편하고 자칫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다. 현학이가 “차라리 재밌고 편리하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미끄럼틀을 두거나, 줄을 매달아 줄타기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냈다. 영규는 “축대의 비스듬한 각을 이용해 암벽등반이나 그물 오르기 운동시설을 만들어 체력단련장으로 활용하자”고 보충의견을 냈다.
#프로젝트 4. 환경을 찾는 사람들의 놀이방
석수동 주택가 바로 옆 오솔길에 용도를 알 수 없는 직사각형 모양의 세평 남짓한 빈 공간이 있다. 입양을 위해서는 먼저 누가 어떤 용도로 그곳에 콘크리트를 덮었는지 동사무소에 알아봐야 하는데, 이는 정훈이가 맡기로 했다. 현학이가 “게임판으로 만들어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어떤 게임? 윷놀이, 장기, 체스, 오징어 다리 등 분분한 의견 끝에 세가지 색의 주사위, 쥐 모양의 말, 치즈 모양의 먹이를 두고 주사위를 굴려 나온 색으로 말을 옮겨 먼저 많은 먹이를 획득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으로 정했다. 바닥을 아스콘 재질로 깔아 색을 칠한 다음 게임판을 그리면 된다. 옆에 게임 방법을 설명해 주는 표지판을 설치하고 게임기구를 보관할 상자도 만들어 둔다. 노인들에게는 휴식공간, 아이들에게는 놀이공간이 될 것이다.
안양/글 이재명, 사진 이종찬 기자 miso@hani.co.kr
지구입양프로젝트란
자연공간 일부 사람처럼 입양 스스로 보존하고 가꿔나가 ‘지구입양 프로젝트’란 주변의 특정 땅이나 거리, 나무 따위를 선정해 스스로 보존하고 가꿔가는 활동을 말한다. 1990년대 영국 런던의 ‘다음 세대를 위한 위원회’가 학생들에게 주변 공간의 일부분을 마치 사람처럼 입양해 지속적으로 돌보고 보존하도록 한 운동이 시초가 됐다. 런던의 학생들은 직접 거리, 강, 공원, 연못 등을 입양해 돌보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거나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일, 해당 기관에 대한 로비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쓰레기 투기장이 돼버린 연못을 입양한 조지파머스쿨 학생들은 연못의 물을 퍼낸 뒤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를 심고 들꽃 씨앗을 뿌렸다. 경찰과 지역 주민들은 연못에 더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을 도왔다. 가장 성공적인 입양을 한 학급에는 상금도 줬다. 학생들이 받은 상금은 새들의 보금자리와 휴식을 위한 벤치를 사는 데 쓰였다. 지구입양 프로젝트의 대상은 집 앞 도로의 가로수도 좋고 뒷산 공원도 괜찮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늘 다니는 등산로 들머리나 주변 하천의 특정 구간을 입양해도 된다.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하면 깨끗한 대로 새롭게 꾸며 보자.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면 관계 기관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도움을 구하자. 문의: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연구센터 www.stonenwater.org (031)474-2191 광주 녹색연합 www.greengwangju.org (062)233-6501 이재명 기자 기사와 관련한 제안이나 실천 경험, 소감 등을 ‘대안생활백서’ 홈페이지(www.action.or.kr/home/lifeidea)에 올릴 수 있습니다.
지구입양프로젝트란
자연공간 일부 사람처럼 입양 스스로 보존하고 가꿔나가 ‘지구입양 프로젝트’란 주변의 특정 땅이나 거리, 나무 따위를 선정해 스스로 보존하고 가꿔가는 활동을 말한다. 1990년대 영국 런던의 ‘다음 세대를 위한 위원회’가 학생들에게 주변 공간의 일부분을 마치 사람처럼 입양해 지속적으로 돌보고 보존하도록 한 운동이 시초가 됐다. 런던의 학생들은 직접 거리, 강, 공원, 연못 등을 입양해 돌보기 시작했다.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거나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 일, 해당 기관에 대한 로비까지 스스로 해결했다. 쓰레기 투기장이 돼버린 연못을 입양한 조지파머스쿨 학생들은 연못의 물을 퍼낸 뒤 쓰레기를 치우고 나무를 심고 들꽃 씨앗을 뿌렸다. 경찰과 지역 주민들은 연못에 더는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일을 도왔다. 가장 성공적인 입양을 한 학급에는 상금도 줬다. 학생들이 받은 상금은 새들의 보금자리와 휴식을 위한 벤치를 사는 데 쓰였다. 지구입양 프로젝트의 대상은 집 앞 도로의 가로수도 좋고 뒷산 공원도 괜찮다. 조금 더 욕심을 낸다면 늘 다니는 등산로 들머리나 주변 하천의 특정 구간을 입양해도 된다.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쓰레기를 치우고, 깨끗하면 깨끗한 대로 새롭게 꾸며 보자. 직접 할 수 없는 일이면 관계 기관에 아이디어를 전달하고 도움을 구하자. 문의: 스톤앤워터 교육예술연구센터 www.stonenwater.org (031)474-2191 광주 녹색연합 www.greengwangju.org (062)233-6501 이재명 기자 기사와 관련한 제안이나 실천 경험, 소감 등을 ‘대안생활백서’ 홈페이지(www.action.or.kr/home/lifeidea)에 올릴 수 있습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