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 ‘염소 빠삐용’ 수십번 탈주극 끝 성공
우리밖 관람객 사랑 듬뿍 칠면조·닭에게도 자유선물
우리밖 관람객 사랑 듬뿍 칠면조·닭에게도 자유선물
“염소가 우리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는데 괜찮나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이 같은 전화가 걸려온다. 방학에 휴가철까지 겹쳐 공원을 찾는 이들이 늘며 문의전화도 그만큼 많아졌다. 그러나 이 염소는 자유를 허락받은 ‘특별한 몸’이다. 염소가 실수로 우리 밖에 나온 게 아니다.
3살짜리 암컷인 이 염소(자넨종)의 이름은 ‘빠삐용’이다. 젖 짜는 동물로 개량됐다지만 알프스 산악지대를 껑충대던 선조들의 뜨거운 피가 꿈틀거려 우리 안 생활을 견딜 수 없었다. 자유를 막는 철망이 높아질수록 뛰어넘으려는 빠삐용의 의지는 강해졌다. 우리 밖으로 나갔다가 깨지고 찢긴 상처만 안고 질질 끌려온 것 만도 십 여차례. 결국 빠삐용의 지칠 줄 모르는 투쟁에 동물원도 “항복!” 손을 들고 말았다.
동물원은 빠삐용의 외출이 ‘실수’가 아니라 의도된 ‘탈출’이었다는 점을 인정했고, “공원을 마구 돌아다녔지만 한 번도 사고를 친 적이 없는데다 관람객 사이에 인기가 좋다”는 점을 정상참작하여 지난해부터 빠삐용에게 완전한 자유를 선물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빠삐용 덕분에 칠면조, 닭, 면양 등 일부 초식 동물들도 덤으로 우리 밖으로 나오게 됐다. 이 때문에 천방지축 말썽꾸러기로 손가락질만 받던 빠삐용은 동물원 동물들에게 자유를 가져다준 ‘해방운동’의 지도자 대접을 받고 있다.
빠삐용은 요즘 11마리로 불어난 동료 염소들과 오전에는 사육사가 주는 사료를 먹고 공원을 맘껏 돌아다니다가 저녁이 되면 유유히 사육장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좀 피곤한 일이긴 하지만 “와~빠삐용이다” 외치며 달려드는 꼬마 관람객들 앞에서 근사하게 폼 잡으며 사진을 찍는 것도 그의 일과 중 하나가 됐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내 이름은 빠삐용. 자유를 꿈꾸는 동물이여, 나를 따르라!” 우리에서 나와 ‘자유’를 얻은 ‘빠삐용’과 친구 염소들이 어린이대공원을 찾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서울어린이대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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