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 안양천 둑 붕괴로 물난리를 겪은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주민들이 17일 오전 물이 빠지자 집으로 돌아와 젖은 가재도구 등을 정리하며 복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물난리’ 중부가 잠기다
중부지역 집중호우 기간에 발생한 서울 양평동의 안양천 둑 붕괴 사고와 경기도 고양시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침수 사고가 모두 시공업체들의 부실 공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피해 주민들은 시공업체들과 정부 등을 상대로 집단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17일 양평동 안양천 둑이 터진 것과 관련해 “집중호우로 급상승한 하천수위 압력을 견디지 못해 제방이 붕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터진 곳은 지하철 9호선 7공구 공사구에 있는 제방으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터널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흙과 암석 등을 퍼내고자 안양천 둑 경계 일부를 절개한 뒤 지난해 10월부터 올 4월까지 다시 둑을 복구했다.
이에 삼성물산 쪽은 “제대로 복구공사를 했지만 비의 양이 많아 예측했던 수위를 넘어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가 지시한 예측수위에 따라 시공했을 뿐”이라고 지하철공사에 책임을 넘겼다.
또 지난 12일 지하철 3호선의 운행중지 사태를 불러온 정발산역 침수의 경우 삼성물산·코오롱건설 등 시공사들이 고양시 마두동에 건설 중인 일산 아람누리와 정발산역을 잇는 지하 연결통로 공사를 하면서 역사 벽을 뚫기에 앞서 발주처인 한국철도공사 쪽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양시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시간당 50㎜ 정도의 강우량에 현장에 배치된 양수기 4대 정도면 충분히 수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화를 불렀다”고 말했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이처럼 서울시 등 지자체와 시공업체들의 공사 관리 부실로 물난리가 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집단소송을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둑 붕괴로 피해를 본 양평2동 ㅎ아파트 입주 상인들은 17일 피해보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집단소송 등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저지대 주택의 피해 주민인 조현윤(45)씨는 “3~4일 안으로 통장 등이 중심이 돼 집단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안다”며 “피해가 너무 커 형식적인 보상으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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