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어린이 환경운동가 리시프리야 캉구잠이 11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회의장에 뛰어들어 ‘화석연료를 중단하라. 지구와 우리의 미래를 지켜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채 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으로 꼽혀온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둘러싼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면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연장전’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 대신 ‘소비와 생산 감소’(reduce)로 물타기된 문구가 합의문 초안에 포함되면서, 참가국 사이에 반발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요구를 받아쓰기한 문안”이라는 비판 속에 ‘합의 결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최된 제28차 당사국총회는 애초 12일 오전 11시(현지시각)에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고 폐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198개 당사국들의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합의문 도출 과정에서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며 폐회식은 이날 오후 6시까지가 넘도록 열리지 못했다.
예정된 시각에 제때 폐회식이 열리지 못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27차 당사국총회를 비롯해 최근 열린 10번의 총회 가운데 8번은 폐막식 예정 시간을 24시간 이상 넘겼다. 그런데도 이번 당사국총회의 진통이 여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건, 기후위기 속에서도 화석연료 퇴출 논의가 기존보다 더 후퇴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지난 11일 오후 이번 총회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전지구적이행점검(GST) 합의문’ 초안을 공개하며 촉발됐다. 초안은 “2050년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공정하고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줄인다(reducing)”는 것을 포함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당사국들이 해야 할 8가지 ‘촉구’ 사항을 담았다. 합의 불발 사태를 막기 위해 총회 합의문 최초로 ‘화석연료’란 말을 넣되, 산유국 등이 반발하는 ‘퇴출’이란 표현 대신 ‘감소’란 문구로 물타기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전지구적이행점검 합의문은 2015년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세계 각국이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점검한 것을 바탕으로, 앞으로 당사국들이 추가로 해야 할 조처 등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초안대로 합의문이 최종 채택된다면 해당 내용은 앞으로 최종 발표될 당사국총회 공동선언문에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초안이 공개되자, 기후환경단체들은 물론 총회 당사국들 사이에서도 산유국의 강력한 로비력에 밀려 ‘뒷걸음질’한 것이란 비판이 나왔다. 유럽연합(EU) 협상위원인 에이먼 라이언 아일랜드 환경부 장관은 이날 “초안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합의 결렬은 세계가 원하는 결과는 아니겠지만 유럽연합이 협상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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