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더벨 국제노총(ITUC) 글로벌 기후정책 담당자가 지난 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정의로운 전환’.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해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을 담은 말이다. 이를테면,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과정에서 석탄 광산이 문 닫게 돼 일자리를 잃은 광부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이다. 뜻을 들으면 ‘아 그렇지’ 싶지만, 워낙 포괄적인 개념이라 각국의 기후변화 대사들조차 정작 어떤 부서가 주무로 이 일을 담당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다.
지난해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참가국들은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합의했다.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JTWP)은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서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빈곤 퇴치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당사국 총회(COP28)에선 실제 이 전환 작업 프로그램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해 나갈지 구체적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협상은 각국 정부가 하지만,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전 세계 노동자들을 대표해 국제노총도 옵저버(참관인)로 참관하며 때로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5일(현지시각) 기후환경단체들이 화석연료로부터의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두바이/AP 연합뉴스
버트 더벨 국제노총 글로벌 기후정책 담당자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3일, 총회 현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더벨은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이 합의되면 (이를 바탕으로) 각국의 노동조합 회원들이 각자의 정부와 기후 정책을 논의하자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며 이 작업 프로그램의 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다만 선진국 중심의 ‘북반구’와 개발도상국 위주의 ‘남반구’가 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현재 협상 타결 전망은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 선진국들은 국가별로 각자 알아서 정의로운 전환을 진행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는 형식으로 작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려고 하지만, 개도국들은 개도국의 정의로운 전환을 실제로 지원하는 협의체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해가길 원하고 있다. 그는 “북반구와 남반구의 입장이 대항하는 것처럼 흘러가서 염려된다”면서도 “다른 입장을 한 데 모아 국제협력을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더벨과 진행한 일문일답.
―노동활동가로서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이유는?
“2009년 덴마크 코페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부터 참여했다. 제가 노동조합 운동에 참여한 이유는 환경 문제의 사회적 차원을 고려하는 것이 이 문제를 진전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수입과 생계를 지키면서, 환경도 보호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정의로운 전환’ 개념에도 반영돼있다.”
―정의로운 전환작업프로그램이 지난해 제27차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됐다. 올해 쟁점은?
“지난해엔 셋업(설립)만 된 거고 올해 실행적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이 작업프로그램을 어떻게 진행할지 북반구와 남반구가 각각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국제노총은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정의로운 전환에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하는데, 두 가지 측면이 대항하는 것처럼 흘러가서 염려된다.”
―두가지 측면이 무엇인가?
“첫번째 측면은 좁은 의미로, 각국의 정책적인 측면으로 정의로운 전환을 바라보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노동권, 사회적 대화, 사회 보호망 등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 등 북반구 나라들이 원하는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의 정의다. 우리도 이런 측면이 프로그램에 포함되기를 원한다.
두번째는 좀 더 포괄적이다. 개발도상국연합체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불평등, 빈곤, 지속가능한 개발 등 포괄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런 측면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정의로운 전환을 할 때 폴란드 노동자들에게만 좋고 세네갈 노동자들에게 좋지 않은 걸 원치 않는다. 하지만 선진국들은 (이런 포괄적인 접근을) 돈(지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여겨,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국제노총은 앞으로 며칠간 이 두가지 입장을 한데 가져와서 국제협력을 이뤄내야 하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해야 한다. 또한 젠더와 토착민, 청년들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용하는 방향으로 (이 논의를) 발전시켜야 한다.”
―근본적 질문인데, 작업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좋은 질문이다. 저는 (정상급들이 논의하는) 당사국총회에서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실제 기업, 지역사회가 (정의로운 전환을) 어떻게 하는지 실행하는 단계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정의로운 전환 작업 프로그램 운영이 합의되면, 각국 노동조합 회원들이 각자의 정부와 기후 정책을 논의하자고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업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충남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발전노동자·주민 등으로 구성된 ‘정의로운 전환 충남도민회의’ 관계자들이 지난 11월 29일 충남도청에서 '2023 정의로운 전환 충남도민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면 각국 노동조합이 중요하겠다.
“그래서 우리는 실행 사업들을 각 국가가 노동조합과 하도록 약속하기를 바란다. 더 낫고 더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하길 바란다. 기업들도 정의로운 전환 계획을 약속해야 한다. 기업은 피고용인(노동자)들과 사회적 대화와 협상을 해야한다.”
―작업 프로그램이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면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 화석연료 퇴출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
“작업 프로그램은 감축 프로그램은 물론 (기후)적응, 손실과 피해와도 다 연결돼 있다. 현재 각국 정부가 앞장서 화석연료를 빠르게 퇴출하지 않고 있다. 노동자들 때문에 속도가 늦어진다는 지적은 불공평하다.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정책을 믿지 않을 때 반대가 나오고, 이게 속도를 늦추는 것이다. 정부가 노동자들과 협상해야, (화석연료 퇴출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
―화석연료 퇴출 요구가 거세다. 이 분야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있나?
“물론 이런 분야에 있는 모든 사람이 영향을 받는다. 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것은 우리 역할이다. 이들의 ‘직업’이 아니라 이들의 삶과 생계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다. 그래서 우리는 화석연료 퇴출을 이야기할 때, ‘고용 보장’을 포함한 문구를 넣는다. 우리는 노동자들의 대표이지 기후전문가들이 아니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더는 화석연료를 쓰면 안된다고 하는데,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노동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제외하고 최근 쟁점이 되는 다른 직종들도 있나?
“정의로운 전환은 모든 산업 분야에 영향을 준다. 농업 쪽도 그렇고, 수송, 건축, 서비스 측면도 그렇다.
화석연료가 첫번째 생각나는 분야지만, 모든 산업분야가 정의로운 전환 대상이다.”
―그럼 정의로운 전환에는 누가 포함되나?
“대부분의 이해 관계자가 포함된다. 원주민, 여성, 청년들도 다 고려대상이고, 다른 단체들과 노동자도 다 포함돼있다.”
―협상 전망은 어떤가?
“말하기 어렵다. 지금 그 두 가지 의견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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