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이 열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정부는 지금 제삼자처럼, 손실과 피해 기금이 생긴 것을 축하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도 책임 있게 기여하겠다. 현재 국회에서 예산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니 기여 금액을 국회에서 같이 논의하겠다’는 수준으로만 얘기해도, 21대 국회 임기 말까지 연장된 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회 첫 의제로 정해 논의할 수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3일(현지시각)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한겨레와 만나 “한국이 손실과 피해 기금에 기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회 소속인 장 의원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참석차 두바이를 방문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선진국들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야기한 기후변화로 고통받고 있는 개발도상국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이다. 당사국 총회가 개막식 날인 지난 30일 아랍에미리트와 독일 등을 비롯한 6개 나라와 유럽연합(EU) 등이 6억5590만달러(8556억원·3일 기준)를 공여하겠다고 서약하면서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 극복을 지원하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세계 10위권 경제국이자 탄소배출 9위인 한국의 기금 공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스타일을 볼 때 (의지만 있다면) 예비비로도 첫 해 (기금 공여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손실과 피해 기금이 개막 첫날 합의됐다.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첫날부터 유의미한 합의를 끌어낸 거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결국 누가 얼만큼의 돈을 책임있게 낼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한국 정부가 여기에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 정부가 왜 기여해야 하나.
“한국 정부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과정은, 바꾸어 말하면 우리 정부가 ‘기후악당’이 되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과 기후변화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얽혀져 있다. 한국의 산업화는 말 그대로 화석연료가 한축을 담당해온 과정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악화에는 한국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등에 정책 금융 투자가 이뤄지는 등 한국이 해외 석탄·자원 개발에 자원을 투자하면서 현지 사회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면에서 윤리적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국회 기후변화특별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3일(현지시각)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장혜영 의원실 제공
―국내에서도 기후위기 분야에 대한 예산 투입이 적은데 개도국 지원을 위해 돈을 내야 하나.
“국외 지원과 국내 지원 양자택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는 충분히 둘 다 할 수 있는 국력이 있다. 중요한 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국내·외 지원은 안 하면서, 여전히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을 과도하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2년 동안 유류세 지원을 했던 것을 추산해보니까 9조원이었다.”
―국민이 왜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본 개도국을 돕는데 기금을 내느냐고 할 수도 있다.
“2022년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보면, 한국은 기후위기 문제에 국민적 동의가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하는 나라고, 기후위기를 대하는 데 있어서 정치진영 간 차이가 가장 작은 나라였다. 국민 동의가 있는데 오히려 정부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세계에서 어떤 위상을 가진 나라로 여겨지는지가 한국의 미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컵과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서 세금을 쏟아부어도 이해해주는 측면이 있는 거라고 본다.
이번에 결국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지 못했던 현실을 돌이켜 볼 때, (국제 사회에) 대한민국이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 ‘강남스타일’과 비티에스(BTS)를 내세우는 것만으로, 세계인들에게 한국이 ‘비전을 이끌어나가는 나라’라고 여겨지진 않는다. 더 먼저 성장한 나라로서, 전 세계 공통과제인 기후위기 문제에서 우리가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나라의 위상을 더 올리는 것이라고 국민이 지지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두바이/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