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해 불안을 느낀다’라는 문장에 한국 청년 65%가 ‘그렇다’고 답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기후변화로 인해 불안을 느끼나?’라는 질문에 한국 청년 10명 중 6명 이상이 ‘그렇다’는 답변을 내놨다.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는 만 20살 이상 34살 이하 전국 17개 시도 거주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감정을 조사해, 이 결과를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5회 환경학술포럼’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조사기관 엠브레인,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5%p)
조사 결과, 설문에 대답한 청년 가운데 65%는 기후변화로 인해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정부가 나와 지구, 그리고 미래세대를 보호한다’에 대해서는 2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기후변화가 사람과 지구를 위협할까 걱정된다’는 항목에 대해서는 2%만 ‘걱정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고, 18%는 ‘극도로 걱정한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한 것으로, 2021년 미국, 영국, 핀란드 등 공동연구로 국제의학학술지 ‘란셋’에 발표한 ‘어린이·청소년의 기후불안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한 믿음’ 논문에서 쓰인 10개국(미국·영국·프랑스·오스트레일리아·핀란드·포르투갈·브라질·인도·필리핀·나이지리아) 대상 설문과 같은 내용의 질문으로 진행됐다.
‘기후변화로 인해 우리 가족의 경제 사회 신체적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다’에 대한 답변 분석 결과.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나는 불안을 느낀다’ 답변 분석 결과.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한국 청년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과 걱정을 더 많이 느끼지만, 이런 불안을 터놓고 해소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청년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낙관(긍정)을 느낀다’는 항목에 88%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고, 이는 10개국 조사 결과(67%)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기후변화로 우리 가족의 경제·사회·신체적 안전이 위협받을 것이다’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65%다 ‘그렇다’고 답했다. 이 또한 10개국 합계인 52%보다 높고, 미국(35%), 영국(39%)보다 높은 수치다. 국내 청년이 느끼는 위협감과 비슷한 수준의 답변을 내놓은 나라들은 브라질(65%), 인도(65%) 등 극도의 폭염 등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국가들이었다.
반면, ‘내가 기후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할 때, 다른 사람들은 나를 무시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대했다’에 대해선 한국 청년 40%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는 비교군인 10개국 합계인 19%에 두배가량 높은 비율이며, 10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인 30%가 같은 답변을 내놓은 미국과 비교해도 많다.
이번 설문을 진행한 이혜선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연구원은 “한국 청년들이 기후변화가 가져올 위협에 불안을 느끼고, 기후변화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결과”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청년들이 경험하는 기후불안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