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부터 2023년까지 1991~2020년과 비교한 매년 9월 세계 평균 기온 차. 올해 9월은 평년 대비 0.93도 높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출처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
가을옷 꺼낼 일 없던 지난 9월, 전국 평균기온이 관측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기상청은 지난 9월 전국 평균기온은 22.6도로 평년(20.5±0.3)보다 2.1도 높아 1973년 이래 9월 평균 기온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종전 1위는 1975년 9월(22.2도)로 48년 만에 1위 기록을 경신했다. 1973년은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돼 기상 기록 기준으로 삼는 해다.
기상청은 9월 늦더위의 원인으로 9월 상순 강한 햇볕과 중·하순 따뜻한 바람을 꼽았다. 9월 상순에는 대만 부근 해상에 열대저기압에 의한 대류 활동이 강했고, 그 북쪽으로 하강기류가 발달해 중국·우리나라·일본에 동서로 폭넓게 고기압이 발달했다. 고기압권의 영향 아래 강한 햇볕이 더해져 기온이 크게 오른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9월 상순은 일조시간 순위도 역대 1위를 갱신했는데, 총 81.7시간으로 2009년 9월 상순 일조시간(80.7시간)을 앞섰다. 9월4일에는 서울에서 88년 만에 열대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전 마지막 기록은 1935년 9월8일이다.
9월 중순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평년에 비해 동중국해상으로 확장하면서,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따뜻한 남서풍이 지속해서 불어오면서 기온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 최고급으로 더웠던 9월은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5일(현지시각), 9월 지구 평균 기온은 16.38도로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최고기록인 2020년 9월과 비교해 0.5도 높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1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폴란드, 스위스는 가장 더운 9월을 기록했으며 계절에 맞지 않은 높은 기온이 10월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고, 미국 국립 기상청은 지난달 25일 “천문학적으로 23일 가을이 시작됐지만, 미 서부, 중부, 플로리다 남서부에서는 26~32도의 높은 기온이 10월까지 지속되겠다”고 밝혔다.
늦더위가 이어진 9월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을 찾은 시민이 반려견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에 따르면 앞서 7월과 8월에도 역대 가장 더운 달을 기록했다. 기상학자들은 뜨거워진 바다가 이상고온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 북태평양, 북대서양, 북극 지역 등 북반구 바다 대부분이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상태이다. 한쪽 바다 수온이 높으면 다른 한쪽은 낮아지기도 하는데, 올해는 북반구 해수면 온도가 전반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해수면 온도가 높을 경우 열이 계속 대기 중으로 공급되면서 대기 온도도 높아진다.
이에 대해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는 “해수 온도 상승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상 고온 현상의) 한가지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 교수는 “이런 역대급 기온이 기록되려면 두 가지 요소가 필요한데, 하나는 인간 활동과 같은 외부적 요인, 또 하나는 지구 내부의 자연적인 변동성”이라며 “화석연료 사용 등 인간활동에 기인한 지구온난화는 계속 진행되고 있고, 올해는 특이하게 북태평양, 북대서양, 북극 지역까지 계속 양의 해수면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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