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 등 19개 국제기구는 14일 “향후 5년 안에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기록될 가능성이 98%”라며 “파리협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즉각적이고,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등 18개 국제기구와 함께 이런 내용이 담긴 ‘기후과학 합동보고서’(United in Science)를 공동 발표했다. 이들 국제기구는 기후 관련 전문 지식을 통합해 매년 9월 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 등은 보고서에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5~1900년) 평균보다 1.15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화석 연료 사용과 토지 이용 변화 등으로 인간이 올린 온도가 1.14도라고 추정했다. 또한 2015~2022년까지 8년 간은 기록상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였고, 여기에 더해 향후 5년 안에 지구 온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국제기구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2030년 이전에 지구 온도 1.5도 초과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90%를 배출하는 166개국의 2022년 9월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합하면 파리협정을 달성하는 데 못 미치며 최근 9개월 사이 새로 제출된 목표들을 고려해도 뚜렷한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전세계 국가가 추가 행동 없이 현재 목표만 추구한다면 이번 세기 내 지구 온도 상승 폭이 2.8도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6월) 전세계적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데 노력’하기로 약속했지만,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세계기상기구 등이 14일 발표한 기후과학 합동 보고서 표지. WMO 제공
세계기상기구 등은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현상이 국제 사회의 최대 공동 목표인 빈곤 및 기아 종식, 건강한 삶과 복지 증진 등을 내세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모든 면에서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극한 기후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2030년에는 약 6억7천만명이 기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현재 전세계 60% 국가가 물 관리 역량이 부족해 물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으며, 대기오염으로 매년 700만명이 조기 사망하는 등 건강 문제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기상 관측·경보 서비스 관련 역량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연간 혹은 10년 단위의 기후 모델링 대신 위성 및 레이더 관측, 고해상도 모델링 및 인공 지능을 활용한 첨단 기술 등을 동원하고 이에 대한 접근성도 용이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상 조기 경보 경보시스템이 식량 및 수자원 안보, 건강, 청정에너지, 해양생태계 회복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과학을 통한 단결은 인류와 지구를 위한 진보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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