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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신설 검토’ 후 더 꼬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등록 2023-07-20 14:30수정 2023-07-20 15:28

민주당 “원전 늘리지 않는 게 특별법 논의의 전제”
국민의힘 “신규 원전 문제 끼어들면 특별법 계속 공전”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정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정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법안 심사 앞두고 원전 신설 얘기가 산자부에서 나온 것 자체가 이 법안 논의에 찬물을 끼얹는 거다, 이렇게 생각해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법안을 논의하는 전제가 원전은 늘리지 않는다는 게 기본 전제로 깔려 있었습니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규 원전이 11차본(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고려될 수 있다. 이렇게 나온 것에 대해 염려를 하고 계시는데, (중략)이 법안의 내용은 미래에 필요한 방폐물 (처리)에 대한 것을 어떻게 해 서 해 보자는 거고, 이 문제(특별법 통과 건)하고 지금 일어나는 문제들하고 자꾸 엉키면 계속 공전을 하게 되니 이 부분은 어떻게 하든지 논의를 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산업통상자원통상부가 ‘신규 원전 건설 검토’를 공식화한 이후 사용후핵연료의 영구격리 처분장을 마련하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논의가 더 꼬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저장용량 등 쟁점이 많은 특별법 논의에 신규 원전 건설 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정부·여당과 야당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조성된 것이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법안소위에서 “원전을 현 정부가 도대체 얼마나 늘리려고 하는 거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 10일 제29차 에너지위원회를 개최한 후 “신규 원전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의원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법안을 만들 때) 원전을 계속 늘리면서 방폐장을 만들고, 이건 논의의 전제가 아니”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한울 1, 2호기다. 울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한울 1, 2호기다. 울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여야는 신규원전 건설 문제와 특별법을 연계시키는 문제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원전 신규건설) 필요를 검토하는 것인지 실제로 추진할 의사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먼저 정부의 입장이 정확하게 결정돼야 이(특별법) 논의가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11차 전기본 계획에, 원전을 몇 개 지을 건지 아직 논의 시작도 안 했는데 저것 다 끝나면 보자 이렇게 하는 것은 원전을 가진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를 영구적으로 처분하기 위한 부지 선정 절차와 운영 일정,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체계, 독립적인 행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격납 건물 내 ‘습식저장시설’에 보관돼 있는데, 2030년 한빛 원전부터 포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별법을 통해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부지를 마련하고 준공하기 전까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 법안소위에 이인선·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안(2022년 8월)과 김성환 민주당 의원 안(2021년 9월 발의) 등 3개가 상정된 후 이날 회의 전까지 8차례 논의가 되고 있었다.

신규 원전 건설 검토가 공식화되기 전까지 특별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사용후핵연료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 문제였다. 이인선·김영식 의원 안과 김성환 의원 안은 부지 내 저장시설 저장 용량을 각각 원자로 운영허가 기간의 발생 예측량, 설계수명 기간의 발생 예측량으로 제한했다.

운영허가 기간은 원전의 계속 운전을 추진하고 있는 현 정부의 ‘친원전’ 입장, 설계수명(주로 40년)으로 제한한다는 것은 원전의 계속 운전을 반대하는 민주당의 입장이 반영돼 있다. 기존 법안소위 논의를 통해 ‘설계수명과 운영허가 기간’ 쟁점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0일 신규 원전 건설 이슈까지 부상하게 되며 더 꼬인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핵심 쟁점인 부지 내 저장용량과 관련해 “김성환 의원님의 문장(설계수명)을 그대로 받고, 뒤에 단서로 ‘다만 위원회는 기술발전 또는 안전성에 관한 여건 변화 등이 있을 경우 위원회의 심의 의결로 저장용량을 달리 정할 수 있다’ 정도로 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신규 원전 이슈로 쟁점이 본격 논의되지는 못했다.

특히 강 차관은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을 건설과 그 관련 법을 만드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 현 정부와 다른 원전 정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때 이미 이 법안이 발의됐다”며 정치적 이해 관계없는 특별법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시절 특별법을 발의한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영구폐기장을 얼마 크기로 어떻게 지어야 될 거냐, 어디에 지어야 할 거냐 이 문제도 큰 쟁점인데, 지금 윤석열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방침으로 보면 영구폐기장의 소위 사용후핵연료를 얼마나 저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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