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지리산에서 산사태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10일 보도자료를 내어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며 “2010년대부터 채석장과 맞먹는 규모의 산사태가 7곳 이상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산사태는 주봉인 천왕봉 그리고 중봉 주변의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등의 집단고사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녹색연합은 “기후 스트레스로 인해 고사하는 침엽수 뿌리의 토양 응집력이 약해져, 나무가 토양 위로 서서히 들뜨게 된다. 그 아래로 폭우가 유입되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사태가 일어난 곳에서는 고사목이 계속해서 쏟아지듯 흘러내려, 2차 훼손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녹색연합은 덧붙였다. 이런 양상은 2013년부터 진행돼 2019년부터 가속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지리산 제석봉 칠선계곡 산사태 현장이다. 주변이 모두 고사목 지대다. 지금도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의 고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추가 산사태가 우려된다. 녹색연합 제공
더 큰 문제는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는 등산로가 있다는 점이다. 녹색연합은 “지금까지 발생한 산사태는 등산로에서 50~150m가량 아래쪽에서 발생해 등산객 안전을 위협하지 않았지만, 천왕봉과 반야봉을 오르는 등산로 6곳의 경우 위쪽과 아래쪽 모두가 고사목 지대인 지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천왕봉 600m 거리의 안전쉼터 주변은 구상나무 떼죽음 지대 사이를 등산로가 통과한다. 이 일대는 지리산 등산로 중에서도 가장 경사가 급한 곳인데, 이런 곳에 많은 비가 내리면 들떠 있는 구상나무 뿌리에 물이 스며들어 아래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녹색연합은 “(고사한 침엽수가 몰려 있는) 지리산 아고산 지대의 등산로는 각별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은 이를 위한 대책으로 △산사태를 대비한 선제적인 등산로 통제 △등산로에 직접 피해를 줄 수 있는 고사목 지대 관리 △고사목 전수 조사 및 공간 정보화 시스템 마련 △산사태 예측 시스템 도입과 등산객 정보 제공 등을 주문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