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의 미아 모틀리 총리가 지난해 3월 세계무역기구(WTO) 행사에 참석한 모습. 제네바/EPA 연합뉴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위기에 직면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기존의 해외 원조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지원 방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계적인 기후 경제학자인 아비나시 퍼소드가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새로운 것이다. 기후 재난의 영향을 받는 국가들이 물에 잠기고 있다”며 “기후, 부채, 개발의 전체 연결고리를 완전히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퍼소드는 이번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세계 정상 회의를 공동 주최하는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의 경제고문이다. 카리브해 섬나라인 바베이도스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민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나라다. 22∼23일 파리에서 열리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정을 위한 정상회의에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리챵 중국 총리,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모틀리 총리와 퍼소드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바베이도스의 수도 이름을 딴 ‘브리지타운 구상’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후 재앙에 직면한 최빈국들에 대한 부채 탕감 △세계은행을 포함한 다자개발은행(MDP)의 자금 지원 3배 확대 △기후 행동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세금 도입(해운에 대한 부과금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민간 부문 투자의 ‘위험 제거’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및 기타 기관의 운영 방식에 대한 개혁을 요구할 것이다.
이들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 개혁을 요구하는 이유는 현재의 금융 시스템이 기후 재앙을 막는 데 필요한 규모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모틀리 총리는 2021년 11월 영국 글레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총회에서 “지구온도 섭씨 2도 상승은 우리에게는 사형선고”라며 국제통화기금이 특별인출권(SDR)을 활용해 6500억달러(약 833조원)의 준비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특별인출권은 국제통화기금 회원국이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할 수 있는 권리다. 페르사우드는 국제통화기금이 6500억달러를 투입하면 추가로 2조달러의 민간 투자가 촉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저명한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과 베라 송웨의 연구에 따르면, 개발도상국의 경제를 변화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상이변의 영향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려면 연간 약 2조달러가 필요하다. 퍼소드는 이를 더 세분화해 △가난한 국가의 녹색 전환 위해 민간 부문에서 약 1조4천억달러 △기후 위기 영향에 적응하는 데 약 3천억달러 △‘손실과 피해’ 기금에 1천억달러등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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