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어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환경단체 그린피스, 기후변화청년단체 긱(GEYK), 빅웨이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등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가운데 귀를 막고 선 이는 김선률 긱 부대표. 그린피스 제공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 ‘CO2’(이산화탄소)라고 적힌 검정색 대형 조형물을 짊어진 청년 여럿이 21대 국회 앞에서 외쳤다. “무거운 탄소 부담, 국회는 행동하라.” 시위하는 이들 앞에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귀를 막은 이가 섰다.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기후변화청년단체 긱(GEYK), 빅웨이브,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등과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퍼포먼스를 펼쳤다.
퍼포먼스에서 국회의원 역할을 맡은 김선률(25) 긱 부대표는 의원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간 그린피스와 긱 등 청년단체가 21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을 바탕으로 작성한 ‘2023 기후위기 인식 조사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다. 이날 국회 퍼포먼스에 앞서 김 부대표를 지난 3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보고서 작업에 참여하며 “국회가 국제적 흐름은 고사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의 변화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의 핵심은 의원 의원 10명 중 8명은 의정활동에서 기후위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법률 제·개정에 나선 의원은 10명 중 2명에 그쳤다는 설문 결과다.
설문에는 21대 국회의원 299명(4월3일 기준 의석수) 중 101명(대면 97명, 이메일 4명)이 응답했다. 설문에 응답한 의원들은 기후위기로 야기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인권 문제로 ‘미래세대의 생존권 위협’을 꼽았다(53.2%). 그런데 미래세대 당사자인 김 부대표가 느끼기에 청년 세대와 국회가 체감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은 서로 다른 것 같다. “21대 국회에 불만이 많았어요. 기후변화 관련해 법안도 잘 만들지 않았지만, 만들어진 법안도 90% 정도가 계류 중이거든요.” 그린피스 쪽은 “청년세대는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시급함을 느끼는데 정치권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청년단체 3곳과 이번 설문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김선률 기후변화청년단체 긱 부대표가 지난 31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기민도 기자
김 부대표는 의원들이 실제로 기후변화를 문제라고 느끼고, 대응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했다. “설문에 중요성을 인식한다고 답하는 것은 쉬우니, 21대 전반기 의정활동도 적어달라고 했어요.” 보고서를 보면, 의원 83.2%는 자신의 의정활동에 기후위기 대응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높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했다고 응답한 의원은 35명, 기후위기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개정했다는 의원은 21명뿐이었다.
이런 결과를 두고 김 부대표는 의원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기온의 변화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몇년간 기후변화가 체감영역으로 왔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강남이 폭우에 잠겼고, 올해는 5월에 30도까지 치솟았다”며 “(정부와 국회는) 그걸 목격하면서도 ‘중요한 걸 알지만 때가 아니다’라는 스탠스만 취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를 두고 토론을 할 때도 ‘산업계를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자주 들었다고 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당장 기후변화 때문에 사람이 죽고 있는데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김 부대표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마련한 국회 앞 퍼포먼스에 대해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거 ‘반’”이지만 “의원들에게 경고 ‘반’”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설문을 해봤는데 ‘심각하더라’ 하고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며 “실질적으로 활동에 반영 못한 의원들도 이번을 계기로 적극 나서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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