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6시 24분으로 예정됐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기술적인 문제로 연기됐다. 사진은 전날 발사대에 고정돼 있는 기립된 누리호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3차 발사가 24일 발사 예정 시간 3시간여를 앞두고 기술적 문제로 연기됐다. 정부는 문제가 해결된다면, 25일에라도 다시 발사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은 이날 오후 나로우주센터에서 한 브리핑에서 “오늘 누리호 3차 발사 준비 과정 중 저온 헬륨 공급 밸브 제어 과정에서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생했다”며 “밸브 자체는 문제가 없어 수동 작동되지만, 밸브 운용 시스템 자체가 자동 운용 모드에 가면 중단될 우려가 있어 부득이하게 오늘 발사를 취소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통신 이상 현상에 대한 원인 규명과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원인 분석 및 이상 현상에 대한 조치가 완료된 뒤 발사가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리호 3차 발사 연기는 이날 발사 예정 시간(오후 6시24분)을 3시간 정도 앞두고 이뤄졌다. 누리호는 전날 오전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옮겨져 발사대에 세워진 뒤 밤까지 연료와 산화제 충전을 위한 엄빌리컬 케이블 연결, 기밀 점검 등 발사 준비 작업을 진행했다. 이어 발사 6시간 전인 이날 오후 12시24분부터 발사 관제장비 운용을 시작했다. 과기부는 발사 준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기상 상황도 누리호 발사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해 오후 2시께 예정대로 오후 6시24분에 발사하기로 결정했다는 발사관리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3시, 발사체에 추진제인 연료와 산화제를 주입하기 직전 누리호 발사 제어 컴퓨터와 발사대 설비 제어 컴퓨터 간 통신 이상이 발견되며, 결국 발사 연기 결정이 이뤄졌다.
문제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통신 장비나 소프트웨어 이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양쪽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가 커맨드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거쳐 가는 경로상의 하드웨어들도 연관돼 있다”며 “그 부분을 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태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24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프레스룸에서 ‘누리호 3차 발사시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발사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겨 예정된 발사 일정이 연기되는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해 6월21일 누리호 2차 발사도 두차례 연기된 뒤에 성공한 바 있다. 누리호 2차 발사는 애초 6월15일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강풍으로 하루 일정을 미뤘고, 이번에는 산화제 탱크 센서에서 이상이 발견돼 발사대에서 누리호를 내린 뒤 조립동으로 옮겨 센서를 교체하고 닷새 뒤 발사했다.
항우연은 이번 사례의 경우, 발사체 자체의 이상이 아니어서 누리호를 발사체에 세워둔 상태에서 원인 점검과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 단장은 “지난번(2차 발사 때)은 발사체 안에 있는 센서에서 고장이 나 조립동으로 가지고 와서 교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발사체를 내렸지만, 지금은 발사체가 아니라 발사 운영을 하는 컴퓨터 간의 문제들이기 때문에 발사체를 세워둔 채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24일 예정된 발사가 기술적 문제와 돌발 상황 발생으로 무산되는 경우에 대비해 이미 25~31일을 발사 예비일로 정해둔 상태다. 고 단장은 “지금 당장은 원인 파악을 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취하는 게 급선무”라며 “오늘 안에 해결할 수 있고 내일 오전까지 정리되면 이르면 내일 발사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1차관은 이와 관련해 “안전하고 성공적인 누리호 3차 발사를 위해 25일 오전 중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하여 상황을 종합 검토한 후 발사 일정을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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