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곰 한 마리가 2021년 8월16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제믈랴프란차이오시파(프란츠요제프제도) 내 바다를 떠다니는 빙하 위에 고립된 듯 서 있다. 제믈랴프란차이오시파/AFP 연합뉴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탄소예산’이 5천억톤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향후 10년의 기후 행동이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종합보고서가 나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난 13일(현지시각)부터 19일까지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제58차 총회를 열어 통합적인 단기 기후 행동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제6차 기후변화평가 종합보고서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195개국 650여명 대표단의 만장일치 승인을 통해 최종 확정된 이번 종합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공신력 있는 자료로, 향후 각국의 기후협상에서 주요한 근거로 사용될 전망이다.
20일 공개된 이번 종합보고서의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을 보면, 앞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지키기 위해 인류가 쓸 수 있는 탄소예산은 5천억톤밖에 남아 있지 않다. 탄소예산은 지구 기온을 특정 온도 이내로 붙잡아두기 위해 인류에게 허용되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을 말한다. 2019년 전체 온실가스의 연간 배출량이 590억톤인 것에 견줘보면, 향후 채 10년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200여 국가는 2015년에 맺은 파리협정을 통해 산업혁명 이전보다 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아래로 유지하되 1.5℃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로 이미 전 지구 지표 온도는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09℃가 올랐다. 보고서는 지속되는 온실가스 배출로 온난화가 심화돼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2040년 안에 1.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향후 10년 동안 실행된 선택과 조처는 현재와 수천년 동안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더는 늦출 수 없는 기후행동을 촉구했다. 그동안 각국이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체제인 파리협정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왔지만, 이를 엄격히 지키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뜻을 시사한 셈이다.
보고서는 또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높은 상위 10% 가구가 34~45%의 온실가스(소비 부문 측정)를 배출하고, 하위 50%는 13~15%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고 지적했다.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계층보다 부자 나라와 부자 계층이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피시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평가를 위해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1988년 공동으로 설립한 기관으로, 1990년부터 5~6년마다 그때까지 축적된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집대성해 발표해왔다. 이번 6차 종합보고서는 2018~2023년 출판된 6개의 보고서를 △기후변화 현황 및 추세 △장기 기후변화와 위험 및 대응 △단기 대응으로 재편집해 구성했다. 원재광 기상청 기후정책과 과장은 “과학자들이 강조하려는 핵심 요소를 종합보고서 편집을 통해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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