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파리 유충 뇌의 뉴런 신경세포 이미지. <사이언스> 제공
초파리 애벌레 두뇌 속 모든 뉴런(신경세포)과 시냅스(접합부)의 구조를 담은 뇌 지도(커넥톰)가 처음 완성됐다.
인간의 뇌를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출발한 뇌 지도 연구는 생쥐는 물론 실제 인간 두뇌를 대상으로도 부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생물체의 뇌 전부를 온전하게 그려낸 지도는 지금까지 회충, 멍게 유충, 갯지렁이 애벌레 등 뉴런 갯수가 적은 생물에 대해서만 나왔다.
영국 캠브리지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과학자들이 중심이 된 국제 연구팀은 초파리 애벌레 뇌의 모든 신경 연결을 추적해 완성한 뇌 지도를 10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이들 연구진이 분석대상으로 초파리 유충을 선택한 것은 곤충의 경우 학습과 의사 결정 행동이 풍부해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데 유용하고, 크기가 매우 작아 지도화가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도화 작업에는 12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파리 애벌레 뇌 지도화는 뇌를 미세하게 잘라내 고해상도 이미지를 만들고, 여기서 3016개의 뉴런과 54만8천개의 시냅스를 하나하나 찾아내 분류하는 작업을 거쳐 이뤄졌다. 이 작업은 뉴런 하나를 이미지화하는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었다.
이렇게 그려낸 초파리 애벌레 뇌 지도는 강력한 기계 학습 회로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여서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새로운 인공 지능 시스템 발전에도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연구를 이끈 캠브리지대 분자생물의학연구소 마르타 즐라틱 교수는 연구 설명자료에서 “우리는 수백 개의 뉴런을 가진 회충이나 해양 환형동물 유충의 뇌 말고는 어떤 뇌의 구조도 본 적이 없어, 뇌 구조도 모른채 계산이 이뤄지는 방식을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에 대해 한국뇌연구원 라종철 책임연구원은 “두뇌를 이미지화하는 작업은 초파리 성체에 대해서도 이미 이뤄져 있지만, 그 일부에 대해서만 분석이 이뤄져 있다”며 “유충을 대상으로 한 것이더라도 뇌 전체 지도를 완성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뇌 지도 작성의 최종 목적지인 인간의 뇌다. 인간의 뇌 지도 작성은 아직 먼 이야기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그 전 단계인 생쥐의 뇌 지도도 가까운 미래에 완성되기 어렵다고 본다. 생쥐의 뇌만 하더라도 이번에 완성된 초파리 유충의 뇌보다 100만 배 이상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오우택 책임연구원은 “뉴런 신경세포가 3천여개인 초파리 유충 뇌 지도에 12년 걸렸는데, 1천억개가 넘는 인간의 뇌 지도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는가.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모르겠으나, 지금 상태로는 우리 생애에 완성을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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