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3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퀸즐랜드 인근 바다에서 바다거북이 산호초 사이를 헤엄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년 가까운 협상 끝에 국제사회가 전세계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합의했다. 이번 조약은 지난해 12월 국제사회가 2030년까지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자는 목표에 합의했는데 이에 이은 진전으로 볼 수 있다. 국제 환경단체는 이번 결정을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했다.
<시엔엔>(CNN)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5차 비상회의에서 레나 리 유엔 해양·해양법 대사는 회원국들이 국제해양조약 체결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조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번 조약은 공해에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는 선박의 항로나 어획량, 심해 광물 채굴 등 인간 활동에 제한이 생긴다. 조약이 시행되기까지는 채택과 비준 등의 과정이 남아 있다.
이번 조약은 지난해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합의된, 2030년까지 세계 바다의 최소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자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필요한 조처로 평가된다. <가디언>은 “이번 조약은 2030년까지 바다의 30%를 보호하겠다는 목표 이행에 매우 중요하다. 공해에서 해양보호구역을 지정하는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이번 조약 없이는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공해는 연안으로부터 200해리(약 370㎞)까지인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에서부터 대양으로 뻗은 해역을 말한다. 공해는 세계 바다의 60% 이상이고 지구 표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 공해는 천연 탄소흡수원으로 지구의 탄소 순환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공해는 특정 국가가 관할하지 않고, 모든 국가가 어업과 연구 등을 할 수 있다. 현재는 공해의 약 1.2%만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따라 보호구역 밖에 살고 있는 해양생물들은 기후 변화와 남획, 선박의 이동 등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세계 해양생물종 약 1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회의는 지난달 20일 시작해 애초 지난 3일 종료될 예정이었지만, 해양 유전 자원을 통해 얻은 금전적 이득의 공정한 공유가 쟁점이 돼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하루 연장됐다. 2018년부터 이번 회의까지 5차례에 걸쳐 회의가 진행됐고, 관련 논의는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이뤄졌다. 유엔에서 해양 관련 조약에 합의한 것은 1982년 체결된 유엔 해양법 협약 이후 40여년 만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이날 성명을 내어 “조약 체결을 통해 기후위기 완화, 어족 자원의 회복, 해양동식물의 서식처 보전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해양보호구역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는 “한국은 공해에서 어업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국가인데, 이번 회의에서 기후 위기와 해양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고무적”이라며 “세계 국가들과 적극 협력하고 관련 정책 방안을 충실히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한국 정부를 향해 당부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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