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통화권 최대 규모 은행인 프랑스의 비엔피(BNP)파리바가 기후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화석연료 회사에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줘 기후위기를 악화시켰다는 이유다.
지구의벗프랑스, 옥스팜프랑스 등 프랑스 비정부기구(NGO) 3곳은 23일(현지시각)
‘기후 혼돈의 자금 제공자를 법정에 세우기’라는 자료를 내고, 비엔피파리바가 석유와 가스 회사에 자금을 댄 것은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 엔지오들은 “상업은행을 상대로하는 세계 최초의 기후 소송”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낸 자료를 보면, 2020년 비엔피파리바의 탄소발자국은 7억4900만톤으로 같은 해 프랑스의 탄소배출량(2억5110만톤)을 크게 초과했다. 엔지오들은 “지구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견줘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2015년 파리협정 이후 글로벌 은행부문(60개 은행)이 석탄, 석유, 가스에 4조5840억달러(약 5977조원)의 자금을 댔는데, 피엔피파리바의 탄소발자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 세계 기후단체들이 지난해 발표한 ‘
화석연료 금융 보고서 2022’를 보면 2016년~2021년 6년동안 비엔피파리바는 총 1416억달러(약 184조원)를 화석연료 사업에 자금을 제공했다. 유로통화권 은행 중에서는 가장 높은 액수다.
엔지오들은 “비엔피파리바는 쉐브론, 엑손모빌, 로열더치셸, 비피(BP) 등 유럽과 미국의 8개 석유·가스 대기업에 2016부터 2021년까지 430억달러(약 56조원)를 지원했다. 또 2025년까지 승인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개 이상의 새로운 화석연료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화석연료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이러한 새 프로젝트들은 이산화탄소 86억톤을 배출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새로운 석탄화력발전소 77개의 평생 배출량에 해당해 기후변화에 극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엔지오들은 “(2015년 파리협정 이후) 화석연료로 인한 극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며 “비엔피파리바가 기후변화에 대한 법적 의무를 준수하고,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줄여 지구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엔지오들은 앞서 지난해 10월26일 비엔피파리바에 적절한 기후 조처를 채택하라고 공식적인 요구를 했으나, 지난 1월24일 비엔피파리바가 새로운 석유·가스 프로젝트 지원을 중단하라는 자신들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비엔피파리바는 <로이터>에 엔지오들이 대화 대신 소송을 선택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모든 화석연료에 대한 금융을 즉시 중단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2021년 5월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로열더치셸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19년에 견줘 45% 감축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기업에 감축 책임을 부과한 첫 법원 판결이었다. 지구의벗네덜란드가 다른 엔지오 등과 함께 2018년 셸에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였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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