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발전비정규노조 등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비정규노동자 고용안정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발전노동자 총고용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강원과 충남이 2050년 국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고 이를 실천하는 능력 부문에서 일관되게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온실가스 실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달성에서 국가 차원의 정책 의지만큼 지방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는 등 지역중심의 탄소중립 정책이 논의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지역의 탄소중립 수용력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탈석탄 등 4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강원과 충남은 탄소중립 수용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탄소중립 수용력이란 국가 탄소중립 목표에 공감대를 이뤄, 이를 위한 정책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말한다. 이들 두 지역은 석탄발전소, 자동차 부품, 철강, 시멘트 등에 기반한 산업구조로 탄소중립 정책의 큰 영향권에 있는 지역이다.
지역의 탄소중립 수용력은 탄소중립 정책에 대한 민감도와 대응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 민감도는 ‘탄소중립 정책에 특정 지역이 얼마나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지’를 의미하고, 대응력은 ‘지역 내 인식, 노력과 의지, 그리고 산업·혁신 역량에 의해 결정되는 종합역량’을 뜻한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산업구조를 가진 지방정부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지역 산업 판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을 수용하려는 의지가 약할 수밖에 없다. 민감도가 높을수록 수용력이 낮아지는 이유다. 반면, 대응력이 높을수록 수용력도 높아진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특징은 ‘정책 대상’이라는 변수를 민감도 평가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지금까지 발표된 국가 계획을 토대로 가장 우선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산업을 선정하고 해당 산업의 지역 내 비중을 평가지표로 활용한 것이다. 연구원은 ‘탄소중립기본법’,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다배출 업종에 대한 감축 계획)’,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화력발전 중단, 내연기관차 전환 등)’를 검토해 대상 산업을 선정했다. 이어 정부가 탈석탄 등의 정책을 시행하지 않은 시나리오(정부 정책 미고려)를 기본으로 △탈석탄 정책 △미래차전환 △다배출산업규제를 시행했을 경우 등 모두 4개의 시나리오 아래에서 지역의 탄소중립 수용력을 분석했다.
우선 탄소중립 관련 특정 산업군에 대한 정부 정책을 고려하지 않은 기본 시나리오에서 탄소중립 민감도는 높고 대응력이 낮은 지역은 강원, 전남, 제주, 충남으로 분석됐다. 강원, 전남, 충남은 지역 내 온실가스 배출 정도가 높고, 제주 지역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녹색성장 산업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의 탈석탄(석탄광업 및 화력발전) 정책 시나리오에서도 높은 민감도와 낮은 대응력을 보이는 지역은 전남, 강원, 제주, 충남이었다. 연구원은 “해당 지역의 민감도가 기본 시나리오에서 이미 상당히 높은 수준인 상황에서 정부의 특정 산업 정책에 의해 추가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래차 전환(자동차·부품) 시나리오에서 높은 민감도와 낮은 대응력을 보이는 지역으로는 경남, 경북, 강원, 제주, 충남이 꼽혔다. 이들 지역은 자동차·부품산업 비중이 높다. 탄소중립을 위한 내연기관차 대체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이들 지역 산업과 경제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배출산업 규제(철강, 석유화학, 정유, 시멘트) 시나리오에서는 전남, 강원, 경북, 충북, 충남이 높은 민감도와 낮은 대응력을 보였다. 전남은 철강과 석유화학, 충북·강원은 시멘트, 충남·경북은 철강산업의 비중이 커 민감도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연구원은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지역의 수용력 지수가 민감하게 변하기 때문에 신중하면서도 일관적인 정책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민감도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의 경제산업구조를 친환경적으로 개선하고, 탄소중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되는 취약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지원이 중요하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담았다. 연구원은 “지역은 향후 20~30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2050 국가 탄소중립 전략의 실현 공간이자 탄소중립 정책의 실질적 이행 주체다. 따라서 실현 공간이자 실질적 이행 주체인 지역 중심의 탄소중립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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