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등 환경단체가 흑산공항 심의 중단 요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도해국립공원 구역 내에 건설되는 흑산공항 예정지(전남 신안군 흑산도)가 국립공원에서 빠지게 됐다.
국립공원위원회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다도해와 가야산, 덕유산 등의 국립공원계획을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의 당연직 위원은 흑산공항 예정지 해제안 처리에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회의에 참여한 한 위원은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길게 이어졌고, 이례적으로 찬반 투표를 거쳐 결정됐다”며 “어차피 다도해국립공원의 다른 변경 계획용지와 함께 고시해야 하기 때문에 흑산공항 예정지에 대한 변경계획에 대해 바로 결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토론 과정에서 환경부 위원은 국립공원부지 변경 고시를 바로 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추후에 안건을 처리하자’는 1안과 ‘이번에 변경계획을 의결하자’는 2안이 투표에 부쳐졌다. 20명의 재적 위원 가운데 5명만 1안을 선택하며 흑산공원 예정지 해제안의 당회 처리를 반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부처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국립공원 내 어항 등 시설물에 대한 공원 구역 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날 결정으로 향후 변경계획 고시가 시행되면, 흑산공항 예정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대 0.675㎢ 구역이 다도해국립공원에서 빠지게 된다. 대신 명사십리 해수욕장 인근 5.5㎢ 구역이 국립공원에 새로 편입된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1833억원을 들여 2026년 개항을 목표로, 올해 안에 흑산공항의 첫 삽을 뜬다는 방침이다. 흑산공항에는 68만3천㎡ 부지에 길이 1.2㎞, 폭 30m의 활주로가 들어서며, 50인승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다. 그동안 철새 서식지 교란 등의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공원계획 변경안이 보류된 바 있다.
흑산공항은 환경영향평가를 남겨두고 있다. 이미 반려된 적이 있었던 만큼 제대로 절차를 밟으면 2026년에 맞춰 개항하기는 힘들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국립공원 내에서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심의를 하는 방식이 있는데도, 특정 부지를 공원에서 아예 빼버리는 방식은 앞으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남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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