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도시 지역에서는 이미 보기 어렵게 된 밤하늘의 은하수. 게티 이미지
밤하늘에서 별이 보이지 않도록 하늘을 밝게 만드는 빛공해 진행 속도가 알려진 것보다 5배 가량 빠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 18년 뒤면 지구에서 밤에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숫자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인류에게 마르지 않는 감성과 영감의 원천이 돼 온 ‘별이 빛나는 밤’이 머지않아 옛날 이야기가 된다는 이야기다.
독일 지구연구센터(GFZ)의 크리스토퍼 키바 박사가 연구센터와 미국 과학재단 광적외선천문연구실(NOIRLab) 과학자들과 함께 진행한 이 연구 결과는 19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됐다.
이들의 연구는 ‘밤의 지구(Globe at Night)’라는 시민과학 프로젝트 참가자 5만1351명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제출한 육안 관측기록을 바탕으로 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클라우드 소싱 방식 연구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는 누구나 자신의 위치에서 별이 보이는 정도를 기록해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제출하면 참여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이렇게 수집된 자료를 분석해 밤하늘에서 별이 보이지 않게 만드는 하늘의 밝기(스카이글로우)가 지난 10년 동안 해마다 평균 9.6% 증가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지금까지 인공위성 측정결과를 통해 알려진 연평균 2%의 약 5배다.
연구를 이끈 독일 지구연구센터의 키바 박사는 연구센터가 배포한 연구 소개자료에서 “별이 보이지 않게 되는 속도는 도시환경에 사는 사람들에게 특히 극적”이라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250개의 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난 아기가 18살 생일에는 단지 100개의 별만 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육안과 위성 분석 결과 사이의 큰 차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기존의 위성이 지구의 밤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연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는 위성이 지구에서 인간이 올려다보는 밤하늘의 밝기를 측정하는데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 원인으로 연구자들은 우선 인공조명 양상의 변화를 지목했다. 키바 박사는 “위성은 하늘을 향해 위쪽으로 향하는 빛에 가장 민감하다. 따라서 빛이 정면을 향하는 조명과 광고판이 더 커지거나 밝아지면 위성 관측 이미지에는 큰 차이를 만들지 않으면서 육안 관측을 좌우하는 스카이글로우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에서 야간 조명이 주황색 나트륨등에서 청색광을 더 많이 방출하는 흰색 엘이디(LED)등으로 광범위하게 바뀌고 있는 것도 원인의 하나로 추정했다. 키바 박사는 “인간의 눈은 밤에 청색광에 더 민감하고 청색광은 대기 중에 더 잘 산란되지만, 밤에 지구 전체를 영상화하는 위성은 청색광의 파장 범위에 민감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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