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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지구가 뜨거워지는데도 한파는 왜 발생할까

등록 2023-01-13 12:17수정 2023-01-13 12:30

[조천호의 파란하늘]
새해에도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한강 변에 얼음이 얼어있다. 연합뉴스
새해에도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인근 한강 변에 얼음이 얼어있다. 연합뉴스

지구 가열에도 불구하고 한파가 여전히 발생한다.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지난 50년 동안 북극 지역의 기온 상승이 전 지구 평균의 두 배 이상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겨울철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이닥치는 한파는 여전히 매섭다.

지구 가열은 지리적으로 고위도에서 더 뚜렷하다. 북극 지역은 지표 공기가 차가워 무겁다. 이 때문에 공기가 연직으로 잘 섞이지 않아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 가열이 지상 부근에 한정된다. 이 지구 가열에 의해 해빙(sea ice)이 녹아 햇빛이 지표에서 반사되는 양이 줄어든다. 그로 인해 지표에 햇빛이 더 많이 흡수되어 지구 가열이 가속된다. 이 되먹임은 해빙으로 대부분 덮여있는 북극 지역에서 기온 상승을 빠르게 하는데 이를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북극 증폭은 계절적으로 겨울철에 더 크다. 그러나 겨울철 북극 지역은 햇빛이 가장 적게 비추는 시기이므로 햇빛 흡수도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어떻게 겨울철 북극에서 기온 상승이 빨라지는가? 여름철에 지구 가열로 북극 해빙이 더 많이 녹아 드러난 바다는 태양 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한다. 이렇게 흡수된 열은 기온 상승보다 주로 해빙을 녹이는데 사용된다. 이에 따라 더 넓어진 바다는 더 많은 태양 에너지를 받아들인다.

2010~2019년 10년 동안 8~10월 평균 해빙 면적은 1979~1988년보다 약 25% 감소했다. 해빙은 차가운 대기와 상대적으로 따뜻한 북극 바다를 격리하는 역할을 한다. 가을과 겨울 동안 해빙이 다시 얼어 확장되지만, 그 성장이 약해져 격리 효과가 줄어든다. 이때 여름철 바다에 더해진 열이 겨울철 북극 대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북극 증폭이 커진다.

북극에서 일어난 변화는 우리로부터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실제 북극 기후변화는 북극에만 머무르지 않고 중위도 날씨를 지배하는 제트기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파는 제트기류 흐름에 따라 북극 공기가 중위도로 얼마큼 확장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기후변화가 제트기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는 여전히 기후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거리다. 이 논쟁은 우드웰(Woodwell) 기후연구센터 프란시스(Francis)와 위스콘신 대학 바브러스(Vavrus)가 2012년 발표한 논문에서 시작되었다. 이들은 북극 증폭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키고 이것이 중위도 지역 날씨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제트기류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은 아직 논쟁 중

고위도 지역 제트기류는 북극과 중위도 간 기온 차에 의해 일어나며 그 기온 차가 클수록 빨라진다. 북극 증폭으로 북극이 중위도보다 더 빠르게 가열되고 있기 때문에 그 기온 차가 줄어들어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이에 따라 고기압과 저기압이 느리게 이동하여 중위도에서 극한 날씨가 지속할 수 있다.

그리고 제트기류는 북극 공기와 중위도 공기를 분리하는 역할을 한다. 여름철 도심 상가에서 볼 수 있는 ‘에어 커튼’과 같은 이치다. 에어 커튼은 문 위에서 아래로 강한 바람을 불게 해서 문을 열어놓고서도 상점 안쪽 공기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에어커튼 바람이 약해지면 상점 안 시원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이 같은 원리에 따라 북극 증폭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권에 고립돼 있던 공기가 한반도 쪽으로 빠져나올 수 있다. 아무리 북극 지역이 따뜻해졌다 해도 겨울철의 북극 공기는 우리에게 한파로 느껴진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서 북극 증폭, 제트기류, 한파 사이의 연관에 대한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해지는 북극 증폭이 제트기류를 약화시킨다는 증거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후변화가 제트기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또 다른 이론은 엠아이티(MIT)의 기후과학자인 코헨(Cohen)과 그의 동료들이 2021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제시되었다. 북극 해빙 감소와 시베리아 강설량 변화가 성층권 극소용돌이에 충격을 주어 중위도에서 한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극소용돌이는 북극 주변 성층권 고도인 15~50km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형 회전하는 강한 바람 띠이다. 여름철에는 극소용돌이가 약해지고 겨울철에는 강해진다. 극소용돌이는 그보다 아래 대류권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강한 바람의 띠인 제트기류에 둘러싸여 있다. 극소용돌이와 제트기류는 서로 영향을 미친다. 성층권 극소용돌이가 강하고 원형일 때 그 아래 대류권 제트기류는 북극권에 머물러 차가운 공기를 가둔다.

한파는 기후변화 탓? 가능성 크지만 과학 증거는 부족

지구 가열로 해빙이 줄어들고 북극해 온도가 상승한다. 이뿐만 아니라 넓어지고 따뜻해진 북극해에서 가을철 시베리아 전역으로 습한 공기가 유입되어 많은 눈이 내린다. 이 때문에 북반구 고위도에서 기온 분포는 기존과 달라져 기후계 균형이 무너진다. 이것이 극소용돌이에 충격을 준다. 부딪친 팽이처럼 극소용돌이는 회전속도가 느려지고 비틀거려 결국 원형에서 벗어나 여러 부분으로 나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제트기류가 물결 모양으로 굽이치게 되어 북극 찬 공기가 중위도로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지구 가열이 없을 때에도 겨울철 성층권 극소용돌이가 비틀거리는 경우가 있었다. 반면 최근 어떤 겨울은 극소용돌이가 무너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중위도 한파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아니라 자연변동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지구 가열에 의한 제트기류의 ‘에어커튼 효과’나 극소용돌이의 ‘팽이 비틀거림 효과’에 의해 중위도 한파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지구 가열에 의해 한파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실제 1950년 이후 북반구 중위도에서 겨울철에 다른 계절보다 기온 상승이 더 빠르고 한파 강도가 감소하고 있다. 그러므로 겨울 한파의 원인이 자연변동 때문인지 기후변화 때문인지 아직 명확하게 구별할 수 없다.

매일매일 날씨는 자연변동과 기후변화의 조합으로 발생하며 기후변화 영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파가 때때로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북극 찬 공기가 빠져나와 한파가 일어날 수 있는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한파가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다고 하기엔 과학 증거가 부족하지만,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건 확실하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구 가열 상황에서도 여전히 겨울옷을 옷장에 보관해야 한다.

참고문헌

Cohen J., et al. 2021, Linking Arctic variability and change with extreme winter weather in the United States. Science 373, 1116–1121. DOI: 10.1126/science.abi9167

Doblas-Reyes, F.J., et al., 2021, Linking Global to Regional Climate Change. In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Cambridge, United Kingdom and New York, NY, USA, pp. 1363–1512, doi:10.1017/9781009157896.012.

Francis, J. A., Vavrus, S. 2012, Evidence linking Arctic amplification to extreme weather in mid-latitudes. Geophys. Res. Lett., 39, https://doi.org/10.1029/2012GL051000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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