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에서도 탈석탄을 선언하고 있지만, 실제 투자 축소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탈석탄 금융을 선언한 금융기관이 100곳이 넘었지만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한국전력이 적자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발행한 한전채를 국내 금융기관이 사들이는 일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석탄 자산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영리기관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13일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투자 금융 현황을 분석한 ‘2022 화석 연료 금융 백서’ 가운데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편’ 보고서를 먼저 공개했다. 국내 공적(국민연금 등 82개), 민간(삼성생명 등 38개) 등 총 120개 금융기관 자료를 취합·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출, 채권 및 주식 투자를 통한 국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900억원 감소한 56조5천억원(공적 금융 35조7천억원, 민간금융 20조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줄어든 5900억원은 현재 석탄 금융 자산의 약 1%에 불과하다. 보고서는 최근 금융기관의 탈석탄 금융 선언(올해 6월 기준 104곳) 흐름을 고려하면 미미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탈석탄 금융이란 석탄발전에 대한 신규 투자를 멈추고, 재생에너지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투자를 늘려나가는 것을 말한다.
석탄 금융 상위 10개 금융기관의 자산 대비 석탄 자산 비중과 규모. 한국 금융기관의 석탄과 재생에너지 금융 보고서 갈무리
국내 금융기관들의 석탄 자산 규모가 크게 줄지 않은 원인은 한전채 투자 영향과 탈석탄 선언 이전에 체결한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약정액 인출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당장 올해 상반기 신규 석탄 투자액(5조4천억원) 가운데 한전채 투자가 46%(2조5천억원)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피에프 대출 규모는 2017년 5850억원에서 2019년 2조8천억원으로 약 5배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피에프는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수익성과 사업을 통해 벌어들일 현금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으로 대형건설사업에 주로 활용된다. 최근 10년간 국내 금융기관의 피에프 약정액 16조6천억원 중에서 약 12조5천억원이 인출됐다. 4조1천억원은 아직 인출되지 않아 올해 금융기관의 석탄 자산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는 2019년도 중반부터 석탄 투자 규모를 앞질렀지만, 그 격차는 글로벌 기준과 견주면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기관의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말 기준으로 7조2200억원으로 석탄 투자(5조 5400억원)보다 1.3배 많았다. 하지만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는 2021년 말 기준 3670억달러로 석탄을 포함한 화석연료 전체에 대한 투자(1190억달러)에 견줘 3.1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규제 강화 및 탄소 가격 상승이 명백히 예견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본연의 업무인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후변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목표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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