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한국이 G20 국가 중 세 번째 규모로 화석연료 사업에 공적 금융지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솔루션은 2일 보도자료 내어 이런 내용을 담은 미국 환경단체 오일체인지인터내셔널(OCI)과 지구의벗 미국 지부(Friends of the Earth US)의 연간 보고서 발간 소식을 전했다. 이 보고서는 G20 국가들의 공적 금융기관과 세계은행그룹(World Bank Group) 등 9개 다자개발은행(경제개발 자금을 지원하는 은행)의 에너지 투자를 분석했다.

G20 국가와 주요 다자개발은행은 2019~2021년 새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연간 평균 64조원(550억 달러, 2019∼2021년 평균 달러 환율 1163원)을 지원한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에는 연평균 34조원(290억 달러)을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부문 투자액은 2016~2018년 대비 2조3천억원(20억 달러) 증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2019~2021년 사이 연평균 8조3004억원(71억 달러)의 공적 금융을 해외 화석연료 사업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본(105억 달러), 캐나다(85억 달러)에 이어 가장 큰 규모다. 한국의 화석 연료별 투자 규모를 보면, 석유·가스 투자액이 연평균 6조9478억원(60억 달러)로, 동기간 석탄에 투자된 1조 3526억원(12억 달러)의 5배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산업은행과 한국정책금융공사, 공적수출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을 분석했다.

한국의 지난해 해외 직접 화석연료 투자액은 2018~2020년 평균에 비해 30% 정도 떨어진 수치로 집계됐다. 하지만 OCI는 이런 하락이 2021년 일부 데이터의 불투명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봤다. 직전 연도 대비 지난해 한국의 투자 내역 확보가 쉽지 않아 일부 누락된 수치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기후솔루션은 설명했다.

한국의 공적 금융기관이 신규 석유·천연가스 개발 사업 투자를 멈추지 않자 ‘글래스고 선언’에 한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영국, 덴마크를 비롯해 39개국이 서명한 ‘글래스고 선언’은 참여국에게 2022년까지 저감 대책이 없는 해외 화석연료 부문에 대한 직접 투자를 끝낼 것을 요구한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기후위기로 인해 화석연료 사업의 좌초 좌산 리스크가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한국은 아직도 신규 석유·천연가스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한국도 더 늦기 전에 글래스고 선언에 합류해 공적 금융의 화석연료 지원을 중단하고 재생 에너지의 투자를 빠르게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에너지기후국)은 “매해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며 한국은 점점 기후 선진국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며 “이번 COP27(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을 계기로 화석연료와 잘못된 해결책들로부터 결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