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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K팝 업계도 팬들과 함께 ‘기후위기’ 목소리 냅니다”

등록 2022-10-31 08:00수정 2022-10-31 09:03

[지구를 살리는 K-엔터]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 인터뷰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음콘협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의 모습. 김효실 기자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음콘협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의 모습. 김효실 기자

※세계 곳곳에서 엠제트(MZ)세대가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미래세대는 지구와 인류의 생존은 물론, 자신이 사랑하는 케이팝, ‘한드’(한국 드라마) 등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삶을 원합니다. 엔터업계에도 이러한 흐름에 반응해 변화를 모색하는 시도가 존재합니다. <한겨레>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여정에 나선 엔터업계 곳곳의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들이 석탄발전소 건설로 인한 해변 훼손을 막기위한 캠페인 ‘세이브 버터 비치(Save Butter Beach)’에 참여한 모습.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케이팝포플래닛 활동가들이 석탄발전소 건설로 인한 해변 훼손을 막기위한 캠페인 ‘세이브 버터 비치(Save Butter Beach)’에 참여한 모습.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케이팝의 주요 열쇳말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가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전세계 케이팝 팬들이 모여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을 만들었다. 이들은 ‘죽은 지구에는 케이팝도 없다’는 구호를 내걸고 연예기획사에 기후행동을 요구했다. 같은 해 블랙핑크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및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홍보대사로 위촉됐고, 방탄소년단(BTS)은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 고위급회의에 참여해 기후변화를 언급했다. 케이팝 스타와 팬덤 공동체가 기후위기 대응의 강력한 채널로 부상한 셈이다.

청년·미래세대가 주요 소비층인 케이팝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업계 권익을 대변하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이하 음콘협)가 대중음악 인기 순위에 환경을 우선시한 ‘친환경(클린) 차트’를 새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선두에 섰다. 음콘협은 하이브·에스엠·와이지·제이와이피 등 국내 주요 연예기획사와 음악유통사들을 회원으로 둔 사단법인이다.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음콘협 사무실에서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을 만났다.

지난해 2월 블랙핑크가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관저에서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해 2월 블랙핑크가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관저에서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케이팝과 기후변화 문제를 연결해서 인식하게 된 시점,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난해부터 일부 케이팝 팬들 중심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해 케이팝 산업에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죠. 3월에는 ‘케이팝포플래닛’이 만들어졌고, 블랙핑크·방탄소년단 등이 기후변화와 관련한 글로벌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케이팝 산업계가 점차 더 알게 된 것 같아요.

다만 이 문제를 (협회 소속) 개별 회원사들이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고, 기후변화 대응은 특정 기획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중음악산업계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서 협회가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올해 초부터 하게 됐습니다.”

―올해 2월 음콘협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하이브의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진출과 관련한 팬들의 반발 이슈를 다루면서, 음콘협은 ‘친환경(클린) 차트’를 새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처음 공개하셨죠. (참조: 지난해 말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가 실물 포토카드 등을 NFT로 바꾸겠다고 발표하자, 팬클럽 ‘아미’ 일부는 “대체불가토큰의 탄소배출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소속사가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 메시지와 배치되는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네. 아티스트가 공개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호소하는데, 기획사 경영이 그와 어긋나는 길로 가면 팬들이 괴리를 느끼며 개선책을 요구할 수밖에 없죠. 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기후변화에 대응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주장에 동의하고, 팬들의 요구에 반응하고자 해요. 각 연예기획사들이 친환경 소재 앨범, 굿즈 등을 내놓기 시작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고요. 음콘협은 차트 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차트 정책 변경을 통해 그런 친환경 노력을 더 이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업계의 반응은 어땠나요?

“각 회사가 여러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친환경 앨범·굿즈에 대한 공통의 ‘기준’은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 가이드라인을 회사 몇 곳이 끌고 가기는 어렵고요. 그래서 회원사들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였어요.

개별 회사 입장에서는 시디(CD)를 뺀 친환경적 앨범을 내놨을 때 그게 차트에 반영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궁금한 상황이기도 해요. 앨범 기획 단계에서부터 음콘협에 “이런 형태로 만들어도 써클차트에 반영이 됩니까” 묻는 문의가 들어와요. 클린 차트 신설 계획을 발표한 뒤에도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요.”

지난 7월 열린 비전선포식 모습. 음콘협 제공
지난 7월 열린 비전선포식 모습. 음콘협 제공

―지난 7월 음콘협 비전선포식에서는 ‘친환경(클린) 차트’ 개발을 케이디아이(KDI) 국제정책대학원과 함께 진행한다고 발표했는데요. 진행 상황은 어떤가요?

“세부적인 룰을 만드는 과정이 쉽지가 않아서요. 시간에 쫓겨 급하게 결정하면 회원사들이 하나의 규제로 받아들이기 쉬울 것 같아서 신중하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음콘협은 음악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이고, 이사회에는 하이브·와이지·에스엠·제이와이피 등 대형 기획사들이 포함돼있는데요.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문제는 없나요?

“차트 사업은 원래 기획사들에게 좌우되지 않도록 저희가 독립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는 영역이고요. 대형 기획사들은 대부분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라서 이에스지(ESG) 경영을 화두로 삼고 있어요. 이에스지 관련 사업 전략이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어서, 산업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게 오히려 필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콘협이 올해 처음으로 ‘케이팝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마련한 이유도 업계 안팎의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기 위해서다. 이 콘퍼런스는 음콘협이 올해 처음 시작하는 엠더블유엠(MWM)페스티벌의 일부다. 다음달 3~4일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애도를 위해 일정을 연기할 계획이다.

이 콘퍼런스에는 유엔, 오이시디(OECD) 등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참여할 예정이기도 하다. 1년 전 콘퍼런스를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참여자들이다. 최 사무총장은 “콘퍼런스 준비 과정에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의 영향력을 경험한 국제기구들이 케이팝업계의 노력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케이디아이(KDI)에서 연결을 도와주었고, 음콘협에서 참여 요청을 하자 선뜻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음콘협은 올해 처음으로 주최하는 MWM페스티벌에서 케이팝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3~4일로 예정된 행사 일정은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해 잠정 연기됐다.
음콘협은 올해 처음으로 주최하는 MWM페스티벌에서 케이팝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를 열 계획이다. 3~4일로 예정된 행사 일정은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해 잠정 연기됐다.

―자원순환 전문가나 환경단체에서는 ‘친환경 앨범 생산’으로 전환하는 일보다, ‘앨범 과소비’를 부추기는 업계 마케팅과 음악 차트의 구조적 문제가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앨범 중복구매 문제는 (기후변화 대응과는) 또 다른 문제라는 생각도 하는데요. 물론 디지털 시대에 피지컬(실물) 앨범 판매가 폭증하는 현상은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케이팝 팬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측면이 있을 수 있고요. 지금 팬들은 음악 제품이라기보다 굿즈, 기념품의 측면에서 앨범을 구매하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차트 1위를 했으면 해서 앨범을 많이 사기도 해요.

저희 차트가 (앨범 과소비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산업적인 책임은 있다고 생각해서 차트 정책을 바꿀 생각을 한 거고요. 팬덤이나 기획사들의 경쟁을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합니다. 저희는 팬덤을 집단지성이라고 봐요. 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업계에서) 진정성 있게 움직이면 선의의 경쟁, 좋은 경쟁이 더 활발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 글로벌 음반 기업들이 ‘음악기후협약’(Music Climate Pact)에 이름을 올린 것처럼, 케이팝 업계에서도 2050 탄소중립 선언, 탄소배출량 측정·공개까지 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런 데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현재는 구심점을 모으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해관계자들이 많고 다양하니까요.”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과거 미국·영국에서 난민·기아 문제 해결을 위해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를 연 것처럼, 케이팝이 앞장서는 기후변화 대응 콘서트를 마련해 전세계에 알리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한국형 라이브 에이드로 지구를 위한 콘서트를 해도 좋을 것 같아요.”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음콘협 사무실에서 &lt;한겨레&gt;와 인터뷰 중인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의 모습. 김효실 기자
지난 19일 서울 방배동 음콘협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중인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의 모습. 김효실 기자

음콘협은 올해 1월에 연 제11회 가온차트 뮤직 어워드 행사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려고 출연진·관객 등에 일회용 플라스틱 생수병 대신 친환경 종이팩 생수를 제공했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작은 일이라도 일단 시작하자’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어요. 한 케이팝 팬이 시상식에서 제일 좋았던 걸로 종이팩 생수를 꼽은 걸 보고, 팬들에게는 역시 작은 일이라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게 중요하구나 느꼈죠.”

최 사무총장은 케이팝의 화제성이 높다는 이유로 업계 전체가 ‘기후위기의 주범’처럼 인식되는 문제는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최 사무총장은 “케이팝산업이 기후변화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산업보다 더 부정적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업계의 노력은 초기니까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올해보다는 나은 내년, 내후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응원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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