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재무위기의 근본 원인이 ‘화석연료에 대한 오랜 집착’이라는 미국 에너지 연구소의 분석이 나왔다.
에너지·환경 관련 재정·경제 이슈를 분석하는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는 13일(현지시각) ‘한국전력의 청정에너지 전환이 위태롭다’ 보고서를 내어 이렇게 주장했다. 보고서를 집필한 헤이즐 제임스 일랑고 에너지 금융 애널리스트는 “화력발전이 한전의 발전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연료비가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 구조를 감안했을 때, 변동성이 크고 비싼 화석연료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 지난 10년 동안 한전의 수익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올해 3~5월 석탄·천연가스·석유 가격은 지난해 4분기보다 64% 급등했고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전력 도매가격(169.32원/㎾h)은 전년 대비 117% 상승했지만, 올해 상반기 평균 소매가격은 110.4원/㎾h에 그쳤다.
변동성이 큰 석탄과 LNG 가격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한전의 영업이익률(파란색 막대=한전 영업이익률, 노란 선=석탄 가격, 빨간 선=천연가스 가격). 기후솔루션 제공
또한 보고서는 한전이 지속적으로 영업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온 석탄과 가스발전 의존에서 일찍이 벗어나 청정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한 점을 주목했다. 보고서는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거버넌스였다면 에너지믹스를 바꾼다거나 사업전략을 선회하는 등 즉각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IEEFA는 한전의 신용등급에 재무적 리스크가 과소평가 됐다고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은 투자 부적격 수준으로 강등됐지만, 장기 신용등급은 한전에 대한 정부의 암묵적 지급보증 가능성을 근거로 6~8단계 더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채권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한전의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결론에서 “한전의 거버넌스에 대대적인 개편과 상당한 규모의 자금 유입 또는 정부 개입 없이는 한전 채권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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