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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환경

정류장 위치 옮겨서…설악케이블카 사업자에 확약서 써준 환경부

등록 2022-10-04 15:55수정 2022-10-04 16:23

이은주 의원 “환경부가 ‘상부 정류장 이동’ 약속해줘”
지난 5월2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하는 강원도지사 후보 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23일 강원 춘천시 강원도청 앞에서 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추진하는 강원도지사 후보 규탄'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환경단체 회원들이 사업 추진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사업자에게 ‘상부 정류장 위치 이동’ 등의 내용이 담긴 확약서를 써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영향평가 관련 법률에 의한 절차가 아니어서, 이번 정부 들어 무리하게 케이블카 허가를 내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4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에서 열린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심의기관인 환경부가 사업자인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법이 규정하고 있는 절차를 어기면서 위법 소지가 매우 큰 확약서를 써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원주지방환경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민권익위원회 주재로 원주지방환경청과 양양군, 강원도 등은 기존 환경영향평가 재보완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방안과 범위를 정하는 실무회의를 5차례 진행한 뒤, 지난 6월말 확약서를 작성했다. 확약서의 ‘토지이용의 이행방안 부문’에는 ‘상부 정류장 위치이동에 따른 이용계획 재수립’이라는 내용이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에서 중요 쟁점인 상부 정류장 위치를 사업자가 변경하도록 허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이는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계획을 변경한 것인데, 환경부가 이 과정에서 사업자로부터 아무런 자료도 제출받지 않았다고 이 의원은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업계획을 변경하는 경우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환경영향의 조사·예측·평가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변경사업과 관련된 어떤 자료도 양양군으로부터 제출받지 않고 확약을 해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원주지방환경청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5차례 조정회의 결과 내용에는 ‘관련 회의자료 없음’이라고 돼 있다.

이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확약서를 쓰는 게 법적 근거가 있나?”라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에게 물었고, 한 장관은 “없다”며 “국민권익위 제안에 따라 (확약서를) 썼다”고 대답했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논란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색케이블카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았지만, 이듬해인 2016년 환경부가 양양군에 환경영향평가서 ‘보완’을 요구하면서 다시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9년 양양군이 보완을 거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했지만,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새로운 국면이 전개된 것은 2020년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양양군이 낸 부동의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면서다. 하지만 환경부는 산양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는 등 환경영향평가 ‘보완’을 요구하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올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환경규제 완화 방침에 따라 다시 케이블카 추진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의원은 “상부 정류장 위치는 10년 이상 쟁점이 됐던 산양 주 서식지와 아고산지대 판단 여부, 풍속에 의한 케이블카 안전성 문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가 상부 정류장을 설치하려는 위치는 산양 주 서식지고, 식생보전등급 1등급에 해당하는 아고산지대다. 또 케이블카 설치 지점의 풍속은 안전과 관련 있어 정확히 측정해야 하지만, 케이블카와 수 킬로미터 떨어진 국립공원공단 중청대피소의 풍속 자료를 사용하도록 편의를 봐준 내용도 확약서에 포함됐다.

이 의원은 “환경영향평가법에 ‘확약’같은 절차는 없다. 심의기관인 환경부가 사업자에게 환경영향평가 조사 방법과 관련해 확약서를 써준 것은 월권을 넘어 사업자와 결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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