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수소 공급 거점인 경기도 평택 수소생산시설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수소경제 이행 계획’대로 천연가스를 이용한 수소 생산이 이뤄질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 약 3천만t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나왔다. 천연가스를 수소로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때의 배출량 2600여만t보다도 300만t 이상 더 배출된다는 계산이다.
에너지·기후변화 정책 전문가 단체인 기후솔루션은 14일 이런 내용을 담은 ‘청정한 블루 수소는 없다:한국 수소 경제의 숨겨진 온실가스 배출 추산’ 보고서를 내고, 정부의 수소경제 계획에서 화석연료 수소 생산 비중을 크게 낮춰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현재 마련 중인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청정 수소’ 기준에서 화석연료 기반 수소를 배제할 것도 제언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라 2020년 기준 22만t인 수소 공급량을 2030년까지 약 18배인 390만t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국내 생산 계획량 194만t의 87%인 169만t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그레이수소(94만t)와 블루수소(75만t) 공급량으로 잡혀 있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뽑아낸다. 반면 블루수소는 이렇게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탄소포집저장(CCS) 기술로 제거하며 생산하는 수소여서 깨끗한 수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지난해 미국 코넬·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블루수소가 그레이수소 온실가스 배출량의 9~12%밖에 줄이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면서 흔들리고 있다. 시시에스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 낮은 탄소포집 효율에 따른 잔여 배출이 의외로 많게 나온 것이다.
기후솔루션이 미국 연구진이 사용한 방법론을 적용해 수소경제 이행계획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2030년에 약 3023만t이 배출될 것으로 추산됐다. 수소 공급 계획을 세운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는 한국가스공사와 포스코가 2030년 기준 각각 1784만t과 772만t, 에스케이 이앤에스(SK E&S)가 2025년 기준 483만t의 온실가스를 추가 배출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소경제 이행계획에 따라 천연가스를 수소로 바꿔 사용하는데 따른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추정치 3023만t은 천연가스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의 배출량 2683만t보다도 340만t 많은 것이다.
기후솔루션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도입한다는 한국의 수소경제 추진 계획이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우려가 큰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수소경제 계획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한국이 지난해 가입한 ‘국제 메탄 서약’을 위반하게 돼 국제적 위신을 실추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이 서약에 따라 2030년까지 2020년 배출 메탄 133만t의 30%인 39만t을 줄여야 하는데, 수소경제 계획에 따른 추가 배출량이 18.3만t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가량 오른 상황에서 이산화탄소를 뛰어넘는 온난화 가스인 메탄의 조속한 감축은 파리협정의 목표를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라며 “현시점에서 메탄 배출을 오히려 늘리는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경제 추진은 국제 사회의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